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해제했다. 코로나19 못지 않게 기업 활동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제대로 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분석이 필요하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출퇴근에 빼앗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근 준비부터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아껴 자기 계발이나 건강 관리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특히 아이 돌봄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재택근무가 반가울 수 있다. 더불어 불필요한 상사 눈치보기 등 사무실 정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택근무가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밀레니얼과 Z세대 젊은이들은 재택근무를 일종의 복지로 생각한다. 당연히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해 우수한 인재들이 모일 수 있다. 또 사무실 운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반면 직원들 입장에서 재택근무의 가장 큰 단점은 일터와 쉼터가 같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가중시킨다. 퇴근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집안 일과 업무가 뒤섞이며 업무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많은 재택 근무자들은 부모가 일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수시로 놀아달라는 아이들 문제, 생각지도 못한 집안 일에 시달리는 점 등을 어려움으로 호소했다.

기업들은 생산성 저하를 재택근무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꼽는다. 미국 IBM은 2009년 재택근무를 도입하며 건물을 매각해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절약했다. 그러나 IBM은 구성원들 간에 직접 협력이 줄어 생산성을 올리는데 지장이 있다며 2017년 재택근무를 폐지했다. 야후, 베스트바이 등도 같은 이유로 재택근무를 없앴다.

애플, 구글은 처음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하지 않았다. 애플을 만든 고 스티브 잡스는 여럿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눠야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었다. 구글도 같은 방식의 브레인 스토밍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재택근무가 정착되려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업무 방식의 변화다.

소프트웨어와 장비 등 도구만 바꿀 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적절하게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단계의 결재를 밟아 일하는 상명하복식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진 곳은 재택근무를 하면 안 된다. 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책임과 권한의 분산은 재택근무의 최대 적인 불신도 줄일 수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프리스위라이 초우더리 교수는 나태에 대한 염려를 재택근무의 적으로 꼽았다. 실제로 직원들이 일을 덜 하거나, 열심히 해도 기업들이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모 기업인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기업의 부서장이 긴장 유지를 위해 재택근무 때 정장을 입으라고 주문했다. 부서장은 매일 영상통화로 이를 확인했으나 직원들은 통화 할 때만 정장 상의를 입었다. 이를 의심한 부서장은 어느 날 영상 통화 중 일어서라고 지시해 편한 하의를 입은 직원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이렇게 일하려면 차라리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일터와 쉼터의 분리는 지역별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해 해결할 수 있다. 회사는 강북에 있지만 강남, 강동 지역에 스마트 오피스를 두고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사무실 정치도 사라지고 일과 휴식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삶이 가능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니콜라스 블룸 경제학 교수는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재택근무가 성공하려면 “적절하지 않은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직접 대면으로 혁신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성공적인 재택근무는 도구가 아닌 발상의 전환에 달려 있다.

최연진 IT 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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