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사건에서 자발성 여부 따지는 ‘대상아동청소년’ 삭제해야”
10만 동의 시, 국회 법사위 안건 의무적으로 논의해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372개 시민단체가 모인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7일 현행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서 대상아동청소년 개념을 삭제하기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매매 등 성착취 사건에서 아동ㆍ청소년의 ‘자발성 여부’를 제외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공대위가 국민동의청원에 나선 이유는 1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할 경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안건을 의무적으로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결성된 공대위가 아청법 개정을 위한 국민 청원 발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아청법은 성매매 등 성착취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의 자발성을 기준으로 피해자(피해아동청소년)와 피해자가 아닌 자(대상아동청소년)로 나누고 있다. 이 중 대상아동청소년은 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성매매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취급, 소년법이 적용되고 국선 변호인 등 변호지원도 받지 못한다. 공대위는 아청법이 성착취 피해 아동ㆍ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2차 피해를 가하고 적극적인 신고를 막아 성매매 범죄가 드러나지 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대위는 또 아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이 광범위하게 제작, 유포된 ‘n번방’과 유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범죄 가담자로 취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주빈 등 가해자들의 협박을 받아 성착취물을 찍어 보낸 것임에도 자발적으로 보냈다는 점이 강조될 경우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더욱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선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팀장은 “피해자가 스스로 성착취물 영상을 찍었던 n번방 사건의 경우 협박과 강요현장을 포착한 목격자가 있었지만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성착취 범죄에서는 아이들이 ‘자발적이었냐’는 프레임에 갇힐 수 밖에 없다”며 “국민청원을 통해서라도 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만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데다 내달 29일 20대 국회가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10만명의 동의를 얻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아청법에서 대상아동청소년 개념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2016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한 후 지금까지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조차 올라가지 못했다. 법무부가 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본 아동ㆍ청소년들이 재차 성매매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보호관찰하거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청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