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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코로나 걸리는 게 낫다” 생계 잃은 비정규직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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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코로나 걸리는 게 낫다” 생계 잃은 비정규직의 절규

입력
2020.04.07 17:20
수정
2020.04.07 18:4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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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이제 그만' 회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코로나19 짤리거나 무급휴직 및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비정규직 이제 그만' 회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코로나19 짤리거나 무급휴직 및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학로 무대가 삶터인 20년차 연극배우 이종승(47)씨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다음달까지 잡혀있던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경기가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어려워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결국 기존 대출을 돌려 막기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융자 지원을 추가로 신청했다. 이씨는 “공연을 하려면 단원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연습을 해야 하는데 기약이 없다”며 “주위에서는 차라리 신종 코로나에 걸려서 생필품이나 생계 지원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넋두리까지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비정규직ㆍ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시민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짤리거나 무급 휴직,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어 비정규직의 절망적인 처지를 전하고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증언대회에서 한국철도(코레일)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조지현씨는 “구로 콜센터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업무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 명이라도 걸리면 수십 명의 동료는 물론 지역사회로까지 퍼질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콜센터의 95%가 외주화됐는데 하청업체는 ‘도급계약에 안전비용이 없다’고 책임을 원청업체에 떠넘기고, 원청업체는 ‘우리 직원이 아니니 책임이 없다’고 하청업체에 미룬다”며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해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콜센터 집단감염은 또 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초중고에서 개학이 잇따라 연기돼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세 달 이상 무급휴직 상태에 처했다. 이들은 학교와 ‘위ㆍ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개인사업자라 실업급여나 휴업수당도 받지 못한다. 정부나 금융기관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서도 제외됐다. 이진욱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은 “실기나 체험 과목이 대부분인 방과후학교는 온라인 수업도 불가능하다”며 “방과후학교 역시 공교육인 만큼 강사에 대한 공공성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으로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은 회사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해고 당하는 신세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마스크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스리랑카에서 온 차민다 성서공단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면서도 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회사에서 해고됐지만 다른 일을 구하러 다닐 수도 없어 결국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정부는 뒤늦게 소득이 급감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무급휴직 근로자 등도 긴급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조건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아 긴급복지지원법상 ‘위기상황으로 인정하는 사유’를 일부개정해 발령ㆍ시행한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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