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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만 대답해보자” “…” ‘쌍방향’ 사라진 원격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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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만 대답해보자” “…” ‘쌍방향’ 사라진 원격 수업

입력
2020.04.07 14:25
수정
2020.04.07 18:4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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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집중 교육으로 그나마 소통은 가능

장시간 수업은 힘들 듯…단방향 수업 병행

교사 학생 모두 온라인 강의 필요성 못 느껴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조회 형태로 열린 원격 수업 테스트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조회 형태로 열린 원격 수업 테스트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7일 오전 8시 50분 경기 의왕시 갈뫼중학교 본관 1층 교실. 책상과 의자만 놓인 채 교사 2명이 교실 앞쪽에 설치된 모니터 앞에 앉아 온라인 원격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수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개강을 앞두고 실시한 쌍방향 원격수업 테스트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다. 고3과 중3은 오는 9일부터 온라인 강의를 시작으로 2020학년도 학사일정에 돌입한다.

9시 정각이 되자 3학년 5반 담임인 김민영 교사가 채팅방 등에 들어와 있는 친구들에게 “얘들아 선생님 말 들리니, 잘 들려? 한 명만 대답해 보자”라고 인사를 하자 한 학생이 “네”라고 답했다.

김 교사는 조금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어제도 없는 4인방이 오늘도 없네, 이들 4인방은 뭐하고 있을까”라고 물었지만 아이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김 교사가 “한 명만 대답해 보자. (‘몰라요’라는 답이 나오자) 그래 아무도 잘 모르지”라며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초상권 관련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초상권 관련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어 “자 이제 왼쪽 아래쪽 메뉴 창에 있는 ‘비디오 시작’ 버튼을 눌러 보자”라고 말하자 모니터에 학생들 얼굴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니터에 25개 중 13개는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지만 8개는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일부 학생은 컴퓨터가 안 되는 듯 “OO이는 선생님이 확인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과 이날 연속 테스트를 했지만 여전히 화면이 안 잡히거나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 보였다.

간략한 인사가 끝난 뒤 신영인 수석교사의 ‘온라인 수업에 따른 저작권 이해’에 관한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은 컴퓨터(또는 스마트폰)를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신 교사는 “수업을 하다 보면 자칫 초상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사진 캡처를 하거나, 녹화 등을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는 만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자칫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업이 끝나자 김 교사는 “내일도 9시가 되면 연습할 거예요. 그리고 목요일부터는 공식 온라인 개학을 하고, 개학식도 할 거고요. 출석체크도 할 거예요. 나머지 긴 내용은 채팅방으로 공지사항 전달해줄게요”라며 30분간의 온라인 원격수업 테스트를 마쳤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초상권 관련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초상권 관련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모두 2차례의 테스트가 이뤄졌지만 해결해야 할 부분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쌍방 원격 수업이라고 하지만 교사와 아이들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 주거니받거니 식의 피드백이 없다 보니 일방적인 전달 수준에 그쳐 수업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테스트를 마친 김 교사는 “애들한테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 주고 싶은데 기기조작 미숙과 배워가면서 해야 하는 게 솔직히 벅차게 느껴졌다”며 “아이들과 말하며 주고받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쌍방이라고 하지만 전달위주의 수업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빨리 사태가 마무리돼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 수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쌍방 원격수업 준비를 해온 신 교사도 “아이들도 장시간 휴대폰, 노트북 등을 쳐다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어색함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당장 기기조작 등을 배워야 하는 까닭에 그런 계획까지 세울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지 않거나 소홀하더라도 오프라인(EBS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에 자료를 올려놔 진도율 등이 나오기 때문에 뒤처지는 문제는 조금이나마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마지막으로 “온라인 교육은 이달 안으로 무조건 끝나야 한다”며 “하루빨리 교실에서 수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출석체크와 조회 형태로 원격수업 테스트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출석체크와 조회 형태로 원격수업 테스트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갑작스러운 준비로 혼란을 빚은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불편한 점을 호소했다.

이날 교과서를 받으러 온 3학년 김모양은 “집에 동생들이 있어 소리도 잘 안 들리고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더욱이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듣는 게 아니다 보니 수업 내용에 대한 흥미도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갈뫼중은 오는 9일 온라인 개강식을 연 뒤 본격적인 과목별 수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다음주부터는 학생들의 집중력 및 시력보호 등을 감안해 오전에는 온라인 수업, 오후에는 EBS 수업 등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고등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은 다음 주인 16일부터 3학년 학생들과 같은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다. 한편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9일부터 고3과 중3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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