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1965년 대학살 이후

 ※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 당시 양민들을 죽인 혐의로 '공산당 학살자'라 불린 안와르 콩고(가운데)씨가 동료들과 함께 영화에 출연한 장면. 영화 액트오브킬링 캡처

지난해 10월 25일 인도네시아 북부수마트라주(州) 메단에서 안와르 콩고씨가 지병으로 숨졌다. 당시 나이 78세. 그는 1965년 대학살 당시 양민 수천 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지만 끝내 처벌받지 않았다. 평생 ‘공산당 학살자’라는 별칭을 자랑스러워했고, 국민영웅 대접을 받으며 호화롭게 살았다.

그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액트 오브 킬링(Act of killing)’이 2013년 개봉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안와르씨는 학살 가담자들의 ‘위대한 살인’ 업적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희생자들을 죽인 방법, 매번 살인이 끝난 후 진행한 축하 행사를 재연하고 증언했다. 마지막 부분에선 “나쁜 짓인지 알았으나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뒤 참회하듯 구토한다.

브조 운퉁 1965대학살연구소장이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 앞에서 진상 규명 및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1965대학살연구소 제공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대선에서 과거사 정리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당선 뒤 피해자들을 만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힘을 실어줬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인권위가 1965년 대학살 등을 법원에 제소했지만 2018년 증거 불충분과 법률 미비로 기각되기도 했다. 학살 가담자들은 안와르씨처럼 천수를 누렸거나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진상 규명과 공식 사과, 책임자 처벌 등 과거사 정리가 더딘 이유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조코위 대통령이 다시 과거사 문제를 공론화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인권침해 사건을 파헤쳐 과거사를 완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아직도 그의 주변엔 다수의 군부 인사들이 실세로 포진해 있다. 1965년 대학살 진상 규명 등을 담은 국가인권계획은 여전히 논의만 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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