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 관계자들이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을 정리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제도 정치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뒤에 숨어서 정책과 비전 경쟁 없이 몰염치하게도 백지위임만을 요구하고 있다.”

4ㆍ15 총선을 20여일 앞둔 지난달 말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내놓은 일갈이다. 공약 검증을 위해 주요 정당에 △총 공약 및 분야별 공약 △10대 핵심공약 및 우선순위 △재원 규모 △소요 예산 및 조달 방안 등을 물었지만, 대부분 내부 사정을 들어 총선을 코 앞에 두도록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의의 전당 구성원을 가리는 총선이 매번 정책 대결 대신 정치 공방 속에 치러지는 이유는 수두룩하다. 우선 선거일에 임박하도록 각 정당이 뚜렷한 공약 로드맵을 내놓지 않아 검증할 시간 자체가 촉박하다. 또 내놓은 내용도 큰 틀에서의 방향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검증이 무의미한 경우가 잦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재원과 그 조달 방안은 빼놓기 일쑤라 현실성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 사안을 법으로 강제할 수단은 없고, 또 사후에 이를 지켰는지 감시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공직선거법 66조는 후보자들이 선거 때 공약서를 의무제출하고 추진 계획, 우선 순위, 이행 절차, 이행 기간,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반드시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은 대통령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후보자로 한정돼 국회의원은 의무 제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코로나19와 비례위성정당 논란으로 상황이 더욱 심각하긴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매번 총선이 사실상 공약 이슈 실종 상태에서 이뤄져 왔다”며 “10년 전부터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국회의원도 의무제출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지만 국회가 외면했다”고 했다.

입법이 주 업무인 국회의원들이 ‘입법공약’을 내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의 선거 공약 총 7,616개 중 입법 공약은 15%(1,173개)에 불과했다. 이 사무총장은 “명색이 입법부의 구성원을 선출하는 선거인데 정당이나 의원 모두 개발 로비스트가 내놓을 공약들을 앞세우는 상황”이라며 “의원들은 입법을 중심으로 공약을 낼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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