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에 속수무책, 온라인 개학 등 앞두고 한국도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비대면(非對面)’ 문화 확산으로 새롭게 각광받았던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이 미국에서 보안성 논란에 휘말렸다.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앞둔 국내 교육계도 줌 영향권에 있어 적잖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시 교육 당국은 5일(현지시간) 줌 사용 중단령을 내렸다. 휴교 조치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실시하고 있는 줌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도 이에 따라 비상이 걸렸다. 대니엘 필슨 뉴욕시 교육부 대변인은 “각 학교에 줌 사용을 최대한 빨리 중단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줌 대신 ‘보안성’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협업 솔루션 ‘팀즈(Teams)’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면 접촉을 가급적 피하는 게 미덕이자 의무가 된 코로나19 시대에서 줌은 새로운 사회 연결망으로 주목받았다. 재택 근무를 하는 직장인과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하는 교직원 사이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줌 다운로드 건수는 약 213만건에 달했다. 이는 두 달 전 5만6,000건 대비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줌 주가는 최근 두 달 새 2배가량 상승했다.
사용자 급증은 줌의 보안 취약성도 동시에 드러냈다. 사용 도중 급작스럽게 음란물이 뜨는가 하면, 인종차별 등 적절치 못한 발언이 나온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화상회의 또는 온라인 수업 참가자들은 급작스러운 사이버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미국에선 ‘줌 폭격(Zoom-Bombing)’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초기 설정이 줌 폭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면서 학교를 대상으로 보안을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는 줌 보안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정부 기관의 사용을 금지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둔 국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일부 시도 교육감 화상회의에 줌을 활용, 온라인 수업 등에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열린 유 장관과 전국 교사 간 줌을 이용한 화상회의에서는 연결이 뚝뚝 끊기는 현상이 반복됐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보안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수 학교가 화상 수업 플랫폼으로 EBS 온라인클래스룸을 채택했으나 줌을 고려했던 곳도 적지 않다. 9일 온라인 개학 이후 줌의 보안상 취약점들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속속 발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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