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 기고
피해자 2000명 250억 규모 범죄
재판 준비해온 검사 차출 비판
법무부 “대검 협조 통해 파견”
현직 부장검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조사 정부 합동지원단에 검사를 파견한 법무부를 “멍부(멍청하지만 부지런한 상사)”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언론 기고문을 썼다.
정유미(48ㆍ사법연수원 30기)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2일 법률신문에 ‘멍부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글을 보면, 250억원 규모의 유사수신 범행 일당을 기소하고 재판을 준비 중인 같은 청 소속 A고참 검사가 코로나 역학조사 지원단에 파견됐다고 한다. 정 부장검사는 “A검사는 피해자가 2,000명에 육박하고 수사기록만 2만쪽이 넘는 데다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는 만만치 않을 사건 재판에 대비해 몇 달간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그런데 법무부가 A 검사를 갑자기 차출하면서 지난 인사로 다른 지방으로 간 수사팀 검사들이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준비하고, 매번 재판 때마다 장거리 출장을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됐다고 정 부장검사는 언급했다.
정 부장검사는 이어 “역학조사에 굳이 검사가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해당 검사는 250억원대 유사수신범행 공판에서 천만 배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고 썼다. 그러면서 법무부를 향해 “사람 쓸 줄 모르는 ‘멍부’의 결정으로 여러 명이 개고생”이라고 직격했다. 칼럼 전반부에선 멍부 상사를 “아무한테나 엉뚱한 일을 맡기고 온갖 쓸데 없는 일을 벌이면서 쉬지 않고 부하들을 들들 볶는다” “성과도 못 내면서 부하들 재능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고갈시킨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17일 “인사혁신처 절차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 요청에 따라 검찰 수사관 등을 대검찰청의 협조를 얻어 역학조사 합동지원단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정 부장검사 기고에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진 않겠다고 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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