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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린, 메르스, 그리고… 이재용 대국민 사과에 쏠리는 눈

입력
2020.04.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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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스 스터디]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삼성 3대에 걸친 대국민 사과의 역사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왼쪽부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왼쪽부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번 주 경제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여부입니다.

지난달 11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총수인 이 부회장에게 반성ㆍ사과를 권고했는데요. 마감시한을 30일 뒤로 못박았고 그 데드라인이 바로 10일로 다가온 겁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횡령ㆍ뇌물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경영 강화를 요구하자, 삼성 7개 계열사가 협약을 맺어 지난 1월 출범시킨 준법경영 감시활동 기구입니다.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던 총수들은 위기 국면에서 몇 차례 대국민 사과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왔는데요.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설까요.

 ◇이병철, 이건희… 대국민 사과 뒤 사퇴, 그리고 복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4월 22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국제회의장에서 회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전 임원진과 함께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4월 22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국제회의장에서 회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전 임원진과 함께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82년 삼성그룹 역사에서 최고경영자가 기자회견 형태로 공개사과를 한 것은 196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국비료공업이 사카린 55톤을 건설자재로 위장해서 들여와 시중에 판매하다 들통이 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는데요. 연일 삼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한국비료 공장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하고, 은퇴를 선언합니다. 1년여 만에 다시 복귀하긴 했지만요.

두 번째 공개 사과는 40여년을 훌쩍 건너 뜁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4월22일 공식석상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하는데요. 이 회장이 불법적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하고,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명자산을 보유하면서 1,000억원 넘는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특별검사팀에 의해 밝혀진 거죠. 1987년 회장 취임 이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사퇴한다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23개월이 지난 2010년 3월 24일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 전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다시 복귀를 합니다.

 ◇기자회견 형태는 아니었지만 

2014년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구상을 마친 뒤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2014년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구상을 마친 뒤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사과 외에도 기자회견 형태는 아니지만 몇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5년 7월 안기부 X파일 사건 당시에도 사과 입장을 밝힌 바 있지요. 이 파일에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이 대선 후보와 유력 정치인,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던 정황이나 제공 계획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에 삼성그룹은 “불법적인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근거로 한 언론보도 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사과문의 명의가 ‘임직원 일동’으로 돼 있는 걸 두고 이 회장은 한 발 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기도 했죠.

이 회장은 2012년 5월 유럽 출국길에 삼성가(家) 상속 소송과 관련해 사과를 하는데요. “사적인 문제로 개인 감정을 드러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시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차명유산을 두고 이건희 회장의 형인 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소송을 내자 이 회장은 “한 푼도 내줄 수 없다”고 했고, 이맹희씨는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했다. 건희는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며 날선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첫 기자회견은 ‘메르스 사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건 5년 전입니다. 2015년 6월23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자청했는데요. 그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허리를 굽혔습니다. 솔직하게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에 당시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과의 정석’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로 긍정적 평가가 있었는데요.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에 나선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 형태는 아니지만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관련 사과를 여러 차례 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과의 강도는 세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먼저 그는 2016년‘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려서 저 자신도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이 많다”고 말한 바 있고요. 이듬해인 2017년 8월 7일 1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는 “그동안 삼성을 아껴준 많은 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큰 실망 안겨드려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사과 드린다”고 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27일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는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복잡하게 엉망으로 꼬였다”며 “실망한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8년 2월 5일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ㆍ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수감된 지 363일만에 서울 구치소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1년간 나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지요.

 ◇ 째깍째깍… 이번에는?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1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지평 사무실에서 위원회 운영 원칙 및 일정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1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지평 사무실에서 위원회 운영 원칙 및 일정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에게 요구한 내용의 강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경영권 승계 의혹 대국민 사과 ▦총수 형사재판과 무관한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 ▦그룹 ‘무노조 경영’ 방침 철회 ▦시민사회와 신뢰관계 회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형량 감경을 위한 ‘면피용’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 위원회는 “이 같은 회의적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 부회장과 관계사 모두가 관련 조치를 마련해 공표해달라”고 했습니다. 권고안에 대해 삼성 그룹 측은 “충실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죠.

앞서 2월 28일 삼성은 2013년 5월 당시 미래전략실이 시민단체들에 대한 임직원 기부 명세를 무단으로 열람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한 바 있는데요. 준법감시위 요구를 받아들인 첫번째 조치였습니다.

마감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할지, 한다면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할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에도 삼성그룹 최고경영자의 사과는 그룹의 위기 돌파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요.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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