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n번방’ 사건을 맡았던 오덕식(52ㆍ27기) 부장판사가 재배당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메일에는 고(故) 구하라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 1심 재판 중 오 부장판사가 부적절한 재판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도 담겼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병수(52ㆍ23기)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최근 형사부 판사들에게 오 부장판사의 재배당 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오 부장판사는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 공유방 운영자 ‘태평양’ A(16)군의 사건을 맡았으나, 오 부장판사의 요청으로 지난달 30일 사건이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됐다. 당시 오 부장판사의 교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은 40만명이 넘었다.

김 부장판사는 A군 사건이 재배당된 경위에 대해 “오 부장판사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미성년자인 피고인에게 전가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 하에 재배당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은 법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고, 외부의 영향이 국민청원의 방식으로 이뤄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사건의 재배당으로 우려하는 부분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여론에 따라 재판부가 교체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된 거 아니냐는 법원 안팎의 논란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김 부장판사는 또 오 부장판사가 부적절하게 구씨 영상을 확인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다. 오 부장판사는 재판과정에서 최씨가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본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동영상 내용의 확인이 불필요했다거나, 변호인의 반대에도 오 부장판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동영상 내용을 확인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변호인은 비공개 된 법정에서 증거조사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있으므로 재판장이 판사실에서 동영상 내용을 확인할 것을 제안했고, 오 부장판사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 동영상 내용을 먼저 확인한 후 증거조사가 필요한 경우 다시 법정에서 증거조사를 하기로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n번방을 키웠다는 말에 가슴이 저려온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대한 비판은 법관 모두가 감수해야 할 책임이자 숙명이지만, 왜곡ㆍ과장된 보도로 인한 과도한 비난마저 온전히 법관 개인이 책임지고 감당하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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