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최고의료책임자인 캐서린 콜더우드가 지난달 26일 에든버러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에든버러=AFP연합뉴스

지도자의 리더십은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특히 힘을 발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21세기 흑사병이 지구촌을 휩쓸면서 세계 곳곳에서 누가 진정한 ‘공복(公僕)’인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이웃 나라 두 지도자의 상반된 행보를 보면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는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최고의료책임자 캐서린 콜더우드가 이날 돌연 사임했다. 그는 니컬라 스터전 자치정부 수반과 함께 코로나19 검역ㆍ방역 대책을 총괄한 인물. 연일 브리핑에 모습을 드러내며 “제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라”고 국민에게 경고를 보낸 당사자다.

그러나 콜더우드의 겉과 속은 달랐다. 그는 지난 2주 동안 주말마다 에든버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파이프주(州)에 위치한 별장으로 놀러 다녔다. 지난달 23일부터 영국 전역에는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스코틀랜드 현지 매체 ‘스코티시 선’은 최근 콜더우드가 별장 근처 골프장에서 가족과 산책하는 모습을 포착해 공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책 수장의 ‘내로남불’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거셌다. 한 의사는 매체에 “콜더우드와 가족이 바이러스를 유입시켰을 수도 있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결국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내가 한 일이 그간 국민에게 했던 조언과 어긋난 점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이중잣대를 반성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지난달 18일 더블린의 국립 바이러스 레퍼런스 연구소를 찾아 관계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더블린=EPA연합뉴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정반대였다. 버라드커 총리는 조만간 의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그는 2007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러나 전직은 7년간 수도 더블린에서 지역보건의로 일한 공공보건 전문가다. 총리는 2013년 제외된 의료인 명부에도 다시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도움의 손길을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을 십분 헤아린 것이다.

앞으로 버라드커 총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전화로 상담하고 생활 수칙을 알려주는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측은 “총리는 작은 일이라도 돕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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