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토론서 격돌한 ‘종로 빅매치’ 주자들
“건국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대통령이 탄핵된 나라가 멀쩡했겠나.”(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서울 종로에서 총선 격전을 벌이고 있는 여야 대권주자가 6일 TV 토론에서 격돌했다. 두 사람이 정책 토론회에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토론이 ‘대선 전초전’으로 불린 이유다. 두 후보는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며 신경전을 벌였다. 토론은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서울 강서구 티브로드방송 강서제작센터에서 진행됐다.
각각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 후보와 황 후보는 전ㆍ현 정권의 치부를 부각하는 데 치중했다. 황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을 문제 삼으며 “과거에는 이런 피해가 없었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2015년)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되받았다. 메르스 사태 때 총리였던 황 후보는 “코로나 피해자(사망자)는 183명으로, 저는 메르스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 했다”며 다시 받아쳤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고려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없다”는 이 후보의 최근 발언을 놓고 황 후보는 ‘말 바꾸기’라고 공세를 폈다. 특히 조국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 당시에는 과도한 수사를 비판하더니 이제 와서 마음의 빚이 없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말 바꾸기는 정치인의 생명을 갉아먹는다. 말 바꾸는 후보와 어떻게 협력을 하느냐”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저는 황 후보가 말씀을 바꾸더라도 신뢰하겠다”며 맞대응을 피했다. 지난 주말 종로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황 후보를 미워하지 말라”고 한 데 이어 황 후보와 야당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이었다.
이 후보는 황 후보가 문재인 정권을 ‘좌파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한 점을 파고들었다. 이 후보는 “한국을 좌파독재로 규정하는 곳은 황 후보 정당(통합당)뿐”이라며 “멀쩡한 나라를 (우리가) 2, 3년 만에 망가뜨렸다고 하는데, 멀쩡한 나라였다면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왜 있었겠냐”고 반격했다. 황 후보와 통합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이에 황 대표는 “우리나라는 안보도 튼튼했고 경제도 멀쩡했는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 2년 만에 무너졌다”며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도 정부에 장악됐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토론회 열기가 고조되자 황 대표가 “사회자가 보충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항의해 녹화 영상을 확인하느라 토론회가 5분 가까이 중단되기도 했다. 토론회는 7일 오후 8시 티브로드 지역 방송에서 볼 수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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