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WP 등 일제히 보도… CDC 측도 오류 인정
초기엔 검사 미미, 진단 확대 후에도 사후 검진 안 해
미국도 ‘통계 논란’을 비켜 가지 못했다. 현재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만명에 육박한다. 이 정도도 세계 3위이나 전문가들은 실제 죽은 사람은 훨씬 많을 것으로 확신한다. 기술적 결함과 정치적 이용 가능성 등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감염병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이 닥칠 때마다 통계 오류는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감염ㆍ사망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기본이나 연방정부 집계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1차 원인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확진 환자들만 사망자 통계에 포함시키고 있어서다. CDC 측도 WP에 “공식 집계가 실제보다 적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근본적으로 바이러스 확산 초기 검사가 미비해 환자 수를 대거 누락시킨 것이 부실을 키웠다. NYT는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한 2월부터 지난달 초 전국 병원에서 폐렴 증세를 보인 사망자가 급증했지만 진단 키트가 없어 제대로 된 검사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앨라배마주의 한 검시관은 신문에 “의료진들은 이제서야 ‘몇 달 전 사망한 이들이 코로나19 환자일 수 있겠구나’라고 깨닫고 있다”고 했다.
검사키트 보급이 확대된 후에는 소극적인 사후검진이 오차를 더욱 벌렸다. 자택이나 요양시설에서 사망한 사람은 코로나19 증상을 보였어도 사후 검진 없이 일반 사망자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통일된 사후검진 기준이 없어 주(州)별로 시행이 다른 데다, 일부 관리들은 사망자까지 죄다 검사하는 건 희소 자원을 낭비하는 것으로 여겼다”라고 WP는 지적했다.
CDC는 뒤늦게 통계 정확성을 높인다며 사망증명서 발급 현황을 추가로 수집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또 불거졌다. NYT에 따르면 아이다호주는 생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를 전원 코로나19 희생자로 분류하는 반면, 앨라배마주에선 코로나19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 숨진 코로나19 확진자 45명 가운데 14명은 사망 명단에서 제외됐다. 사인 판단 기준마저 천차만별인 것이다.
미국만 사망자를 줄여 발표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베르가모주의 넴브로 지역은 1~3월 코로나19 사망자를 31명으로 보고했다가 최근 158명으로 수정했다. 중국과 북한 이란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대외 신인도를 우려해 아예 통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이 꾸준히 제기됐다. 얼마 전엔 미 정보당국이 중국의 코로나19 통계가 조작됐다는 기밀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당국은 그간 확진자 통계에서 뺀 무증상 감염자 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통계 오류는 감염병이 지구촌을 휩쓸 때 늘 재연됐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유행 당시에도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 추정치를 1만8,631명으로 제시했지만 3년 뒤 CDC는 실제 사망자가 무려 15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스테판 헬러린저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NYT에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의 사망자 통계조차 지금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정확한 치사율 도출도 최소 수개월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과 달리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6일 오전 기준 확진자는 33만7,646명, 사망자는 9,648명이다.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선 주도 9곳으로 늘었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전날 폭스뉴스에 “앞으로 일주일은 1941년 진주만 침공 사태나 2001년 9ㆍ11 테러와 같은 시간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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