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6일 오전 전북 진안군 30번 국도를 따라 달리고 있다. 진안=연합뉴스

4ㆍ15 총선을 두 달여 남기고 귀국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창당 때가 아니라 대구 의료봉사 때 가장 주목을 받았다. 정치 현장을 떠나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자 당 지지율은 치솟았다. 3월 첫 주 4.7%(이하 리얼미터)로 봉사 시작 전(1.7%)의 배가 넘었다. 자가격리 후 안 대표는 400㎞ 국토대종주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한편, ‘정당 선거보조금 440억원을 반납하고 투표 참가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자’거나 코로나19에 대비해 ‘사전투표기간을 5일로, 선거일을 3일로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

□ 이런 제안들은 외면당했다. 애초에 법을 무시한 것이어서 논의의 여지가 없었다. 선거보조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지급되며 반납 사유도 제한돼 있다. 선거가 공적 비용으로 치러지지 않을 경우 부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거나 검은 돈이 오갈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 조항이다. 보조금 지원이 원내 교섭단체에 유리한 점 등 개선점은 있지만 법을 바꿔야 할 일이다. 또한 선거일과 사전ㆍ거소 투표의 날짜 기간 대상 등도 선거법으로 정하고 있어 선관위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엄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것이다.

□ 이렇듯 마구 던지는 안 대표를 보면, 국민의당이 변변한 전문가 없이 1인 체제로 운영되는 정당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더 위험한 것은 그 메시지의 내용이다. 기존 정치, 기성 정당을 뒤집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표심을 자극하다가 정해진 법과 절차, 그 안에 담긴 민주주의 가치를 저버린다. 그는 과거에도 국회의원 100명 감축,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 등을 주장했다. 정치 혐오에 빠진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는 있지만 헌 정치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새 정치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 한때 지지율 40%에 달하던 안철수 현상은 소멸한 지 오래다. 그가 주장하던 새 정치의 실체 없음을 많은 사람이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현 정권이 집권 내내 이미지 정치에만 몰두”했다며 “말보다 행동이 천 배 만 배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그 자신에게 해당된다. 정책적 고민은 건너뛰고 의료봉사와 달리기로 때우는 모습이다. 국민 속으로 달리지 않고 대선을 향해 달린다. 방호복 속에서 땀 흘리던 모습에 박수를 친 국민은 혹 그에게 의사의 길을 권한 게 아니었을까.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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