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동안 13조원 가까운 주식을 사들여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렸던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6일 코스피 시장이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800선 부근까지 상승하자 개인투자자들이 하루에만 8,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것이다. 지난달 19일 저점(1,457.64) 대비 20% 이상 주가가 오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개인 주도의 주가 상승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800 다가가자 돌아선 ‘동학개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5% 상승한 1,791.88에 마감했다. 개인투자자가 8,451억원(잠정치)을 순매도해 9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개인들은 지난달부터 약 한달 간 두 차례(3월 4일, 24일)를 제외하고 매수세를 멈추지 않고 약 12조9,5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반면 기관투자가는 1조394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은 1,975억원을 순매도해 23거래일째 ‘팔자’를 이어갔다. 코스닥도 이날 전장보다 4.22% 상승한 597.21에 종료했다.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는 미국에서 들려온 치료제 개발과 원유 관련 소식이 꼽힌다. 미국 바이오기업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되는 렘데시비르 생산 확대 소식을 밝히면서 미국 3대지수의 시간 외 선물이 4%대 상승했다. 장 막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합의 임박 소식까지 전해지며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일본 증시는 전장 보다 4.24% 오른 1만8,576.30에 마감했고 홍콩 항셍과 대만 자취안 지수도 1~2%대 상승세를 보였다.
◇실적ㆍ실업 겹악재… 추가반등 가능할까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전환에 대해서는 차익실현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이날 개인은 삼성전자를 3,351억어치 집중 순매도했다. 지난달 4만2,000원대까지 주저앉았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3.62% 올라 4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했던 개인들이 주가 상승에 기대 수익 확정에 나선 것이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공격적인 매수를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저점 대비 반등폭이 20%를 넘어서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은 그만큼 주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2차 고비’를 점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 증가세가 여전히 가파르고 기업 실적과 실업 동향 등 실물경제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이유다.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여온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이번 주 나온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1,232억원이지만 6조원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세계 주요국들의 생산시설 셧다운(일시폐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보다 2분기, 연간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심리가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9일 발표를 앞둔 미국의 주간 실업현황도 주요 변수다. 지난주 미국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665만명)는 전주(328만명)의 두 배 이상 웃돌았는데 JP모건은 이번 주 70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기업이익 악화란 2차 부진요인까지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고용부진은 이제 서막”이라고 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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