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거래소ㆍ구매대행업체 등 사실상 모든 관련업체 수사 돌입
n번방 운영자 ‘갓갓’도 단서 잡아… 이례적 대규모 수사 후폭풍 클 듯

[저작권 한국일보]박사방 범죄 개요/2020-03-20(한국일보)

경찰이 ‘텔레그램 박사방’에 이른바 입장료 명목의 ‘가상화폐’를 내고 들어간 유료회원을 색출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등 20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실상 국내 가상화폐 관련 업계 전체를 강제수사 대상에 올린 것으로, 텔레그램 비밀방 운영자뿐 아니라 회원까지 일망타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경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에 맞춰 정치권에서 ‘n번방’ 사건이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경계령까지 제기돼, 수사 결과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경찰청은 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구매대행업체 20곳을 차례로 압수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가상화폐 거래소 등 5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번엔 사실상 가상화폐 관련 전 업체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경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은 박사방 유료회원을 추적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조주빈(25)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박사방에서 미성년자가 포함된 여성 성착취물을 올리고 유료회원을 모집했는데, 입장료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를 받았다. 경찰은 조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자지갑에 가상화폐를 보낸 이용자를 역추적해서 유료회원 신상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앞서 가상화폐 관련 업체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조씨에게 가상화폐를 보낸 10여명의 유료회원을 특정해 입건했다. 경찰은 최근 공범 조사 등을 통해 조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자지갑을 추가로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20곳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조씨의 가상화폐 거래내역을 찾을 수 있다”며 “유료회원 입건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입건된 이용자 가운데는 공무원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는 30대 비중이 가장 높다. 이들이 직접 성착취 영상 제작에 가담하진 않았어도 박사방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이용했다는 혐의만으로도 경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사방 외 다른 n번방 사건 수사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텔레그램 비밀방 운영자들이 대부분 검거된 가운데, 시초격인 n번방 운영자 ‘갓갓’은 경찰 수사망을 피해 잠적한 상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갓갓 수사는) 상당히 의미 있게 접근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갓갓에 대한) 수사 단서로 삼을 만한 몇 가지를 가지고 추적하고 있고 사이버수사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총경 인사를 투입했다”며 “시간이 걸려도 잡는데 자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박사방 공범으로 거제시청 공무원이 지목되면서 해당 기관에 비난이 쏟아진 적이 있다.

4ㆍ15총선을 앞두고 n번방 사건이 정치권으로 번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중앙선대위 정원석 대변인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 인사가 유사한 성범죄 사례와 연루될 경우 출당 등을 통해 정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치공작의) 냄새가 난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씨의 발언에 이어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를 치기 위해 n번방 사건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박사방의 성착취 구조도/2020-03-25(한국일보)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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