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개최 직전인 1988년 4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 신인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여당인 민주정의당 후보는 3선에 도전한 김종인 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었다. 결과는 정치판의 예상을 깬 신예 이 대표의 승리. 김 위원장에게는 잊지 못할 정도로 뼈아픈 패배를 맛 본 선거였다.
28년 후 이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아군으로 다시 만난 김 위원장에게 쓴 맛을 봤다. 같은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 김 위원장에게 ‘컷 오프(공천 배제)’ 된 것이다. 이에 불복해 탈당한 이 대표는 무소속으로 세종시에서 당선된 뒤 복당했다.
그리고 4년 뒤 두 사람은 5일 세종시에서 여당과 제1야당의 선거 지휘 사령탑으로 다시 만났다.
세종은 현재 이 대표의 지역구다. 이 대표는 서울 관악을에서 5선을 한 뒤 세종에서 재선에 성공해 7선 의원이 됐다. 이번 선거에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세종은 이번 총선에서 갑·을 지역으로 분구됐다. 민주당은 세종갑에 영입 인사인 홍성국 후보를, 통합당은 세종갑에 김중로, 세종을에 김병준 후보를 공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세종갑 홍성국 후보 캠프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홍 후보는 민주당에서 경제전문가이자 미래학자로 영입한 후보”라며 “미래 변화를 살피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를 바꾸는 것을 평생 과업으로 삼아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부지를 찾아 “4년 전 민주당 선거를 맡았을 때 이해찬 씨를 공천 탈락시키며 제 마음 속에 있는 김병준 후보를 세종으로 모시려 했다”고 맞불을 놨다.
실제 이 대표 컷 오프 당시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했던 김 후보에게 세종 출마를 타진했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김 후보는 노무현 정부 당시 세종시를 만들 때 설계부터 시작해 세종시를 있게 한 분”이라며 “세종시 문제를 가장 잘 알고, 당선되면 누구보다 당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32년의 질긴 인연’을 이어 오며 세 번째 만난 두 사람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주목된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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