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서점·반찬가게 등 코로나 직격탄 소상공인 위해 캠페인
“사장님, 결제부터 해주세요. 주문은 다음에 와서 할게요.”
서울 양천구 신정3동에 사는 이수미(48)씨는 최근 동네 해장국집 앞을 지나다 들러 음식주문 없이 5만원을 결제했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약속이자, 급감한 매출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단골집 주인을 향한 응원이다. 이씨는 “앞으로 이용할 동네 작은 가게들을 들러 이렇게 선결제하고 있다”며 “평소 애용하는 가게들이 코로나 사태에도 살아남아서 오래도록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참여하고 있는 ‘우리동네 단골집 착한 결제 해주기’ 캠페인은 서울 양천구가 지난달부터 펼치고 있는 운동.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들여 전국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계획을 세우고는 있지만, 그 온기가 전달되기까지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자는 것이다. 임대료 할인으로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보탰던 ‘착한 임대인’ 물결에 이어 ‘착한 소비자’ 운동이 세탁소, 서점, 반찬가게 등 전국의 골목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6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자체의 아이디어와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 운동이 곳곳에서 결실을 내고 있다.
부산시 수영구의 경우 ‘밥 먹고 마스크 받고’ 운동을 진행 중인데, 관내 식당 영수증을 제시하면 동 주민센터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수영구 관계자는 “광안4동에서 마스크 160장을 배부한 결과 43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구가 마스크(160장) 비용으로 치른 비용은 약 24만원이다.
제주도에서는 지역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플라워 버킷 챌린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화훼업은 입학ㆍ졸업식은 물론 결혼식 등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 지난 2014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기부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착안한 것으로, 지목 받은 사람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대신 세 사람을 지목해 응원 문구를 담은 꽃다발을 보내는 방식이다. 지자체장, 각 기관장들을 중심으로 확산한 이 운동은 일반 시민들로 저변 확대되고 있다.
또 서울에서 시작된 ‘방문 포장 구매시 할인’ 캠페인도 전국으로 확산할 태세다. 양천구에서 시작된 이 운동 참여 식당은 당초 12곳에서 최근 138곳으로 늘었다. 영등포구 등 인근 자치구는 물론 대전, 전남 화순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양천구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다음 참여자 2명을 지목하는 식의 ‘챌린지’ 형식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며 “현재 200명이 넘는 주민이 식당, 미용실 등에서 약 700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착한 소비자’라도 코로나19의 감염ㆍ확산 위험이 있는 곳이라면 선뜻 나서 지갑을 열기 힘든 것도 현실. 각 지자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칙으로 여기는 ‘착한 소비자’들을 위한 ‘승차 구매대’(드라이브 스루) 확대도 눈에 띈다. 지난달 경북 포항시가 준비한 활어회 물량 완판 소식 이후 각 지자체가 해당 지역 농산물 판매에 이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경남 김해, 충남 서산시 등이 대파, 상추, 아욱 등 농산물 꾸러미를 드라이브 스루 매대를 통해 농가 판매를 돕고 있다.
또 지자체들은 다양한 정책으로 이 같은 ‘착한 소비자’ 운동 확산을 부채질 하고 있다. 지차제가 운영 중인 공영주차장 주차료를 일부 감면하거나 무료 개방하는 식이다. 경기 수원시는 내달 말일까지 주요 상권과 접합 공영 유료주차장 43곳을 무료로 개방하고, 점심시간대 도로변 주정차 허용 시간도 늘리기로 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nakookilno.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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