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연일 100명 이상 확진자 발생에 선회
슈퍼ㆍ대중교통 등 운영… 도시 봉쇄와 달라
벌칙 없지만 사회 전반의 심리적 압박 효과
내일 1,215조원 규모 긴급 경제대책도 발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의원 본회의에 참석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이르면 7일 긴급사태를 선언한다. 그간 경제적 파장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지난 주말 도쿄에서 연일 100명 넘게 신규 감염이 발생하고 누적 확진 환자도 1,000명을 넘어서면서 의료체제 붕괴 우려까지 나오자 결국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6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도쿄와 오사카 등 도시부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고 의료현장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을 고려한 것”이라며 “내일이라도 선언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국민에게 지금 이상의 협력을 받고, 의료제공 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장관과 오미 시게루(尾身茂) 정부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후 정부 대책본부회에서 긴급사태 선언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7일 긴급사태 선언을 전제로 자문위를 개최하고 국회에 사전보고를 마친 뒤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도 정부 대응에 발맞춰 이날 오후 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긴급사태 선언에 필요한 준비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 대책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총리가 긴급사태를 발령할 경우 대상 지역과 시기를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 조치는 해당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맡는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긴급사태 선언 지역과 관련해 도쿄와 수도권 3개현, 오사카부, 효고현, 후쿠오카현 등 총 7곳이 대상으로, 기간은 한 달 정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긴급사태 선언 후 광역단체장은 △불필요한 외출 자제 및 대형 이벤트 개최 제한 요청 △시설 사용 중지 △임시 의료시설을 위한 토지ㆍ건물 사용 등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용 제한 요청이 가능한 시설은 학교와 극장, 백화점, 체육관, 호텔 등이다. 대형 슈퍼마켓도 해당되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식료품과 의약품 매장, 은행은 영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기관 운행도 유지된다.

다만 벌칙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의 도시 봉쇄와 다르다. 아베 총리도 “해외와 같은 도시 봉쇄는 없다”고 말했다. 긴급사태 선언에 따른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을 의식해서다. 실제 일본에서 긴급사태 선언 시 강제력을 갖는 것은 의약ㆍ식료품에 대한 전매 요청 정도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수용이 가능하고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만엔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일반 주민이 감내해야 하는 추가적인 불편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법적 근거를 갖췄다는 점에서 대중의 위기의식을 한층 고조시키는 효과는 있다. 또 이벤트 개최 제한ㆍ정지를 요청한 업소 이름도 공개가 가능해 벌칙 없이도 사회 전반에 심리적 압박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내일 발표할 긴급 경제대책과 관련해선 사업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인 총 108조엔(약 1,215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가정과 중소·소규모 사업자에 대해 6조엔(약 67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득이 줄어든 가구에 30만엔(약 340만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내 총 5,800만 가구 중 약 1,000만 가구가 지급 대상이 될 전망이다.

또 기업 지원과 관련해선 “무이자 융자를 민간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전례 없는 26조엔(약 293조원) 규모의 납세 및 사회보험료 납부 유예는 물론 사업 지속을 지원하고 고용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내일 오후 7시 기자회견을 갖고 긴급 경제대책에 대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긴급사태 선언도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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