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중사도 12년 기다려 최근 기증
공군 제1전투비행단 항공정비전대 소속 김덕중 상사(45ㆍ부사후 170기)는 지난해 5월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조직적합성 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1998년 5월 당시 하사였던 김 상사가 헌혈을 하던 중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우연히 듣고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을 돕기 위해 기증희망자로 등록한 지 21년 만이었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생산할 수 있는 어미 세포로, 정상인 혈액 중 약 1%에 해당한다. 특히 혈연이 아니면 유전자 일치 확률이 2만분의 1(0.005%)에 불과하다. 그간 유전자 일치 환자가 없어 기증하지 못했던 김 상사에게 기적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환자 사정으로 기다리던 김 상사는 이달 2일 조혈모세포 채취 수술을 통해 혈액암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김 상사는 6일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분과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기쁨으로 주저하지 않고 기증을 결심할 수 있었다”며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은 환자분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육군 20기갑여단 번개대대 전차장 이정주(31) 중사 역시 생면부지의 급성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2008년 하사 시절 헌혈하던 중 간호사에게 “조혈모세포 기증자가 저조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기증을 결심했다. 이 중사는 이후 12년 만인 올해 1월 23일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유전자 일치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이달 초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이 중사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환자 혈액형이 제 혈액형과 동일하게 바뀐다고 들었다. 환자분은 또 다른 저”라면서 “(환자가)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병마와 싸워 꼭 이기길 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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