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의 주인공은 밥… 간장은 생선살에만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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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의 주인공은 밥… 간장은 생선살에만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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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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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1_8801] [저작권 한국일보] 2일 오후 서울 청담동 ‘스시효’에서 안효주 셰프가 빠른 속도로 초밥을 만들고 있다. 그는 손대중만으로도 밥알 수를 일정하게 맞춘다. 정준희 인턴기자

지난 2일 서울 청담동 ‘스시효(孝)’에서 만난 안효주(62) 조리장. 세 손가락이 재빨랐다. 16g짜리 초밥 하나가 완성되는 시간은 3초. “밥의 온도가 36.5℃일 때 가장 부드럽고 맛있는 초밥이 됩니다. 밥이 손에 오래 머물면 안되죠.”

‘한국의 미스터 초밥왕’ 안 조리장은 최근 40년 초밥 인생을 담은 ‘안효주의 초밥 산책’(여백출판사)을 냈다. 갖가지 재료와 조리 방법은 물론, 생선의 생태와 식자재로서 특징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한국의 미스터 초밥왕’은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안 조리장은 원래 권투 선수를 꿈꿨다. 일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다 우연찮게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그만 ‘신라호텔 일식당 총주방장’이란 카운터펀치까지 날렸다. 일본에서 1,000만권 넘게 팔렸다는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한국편에까지 소개됐다. ‘스시효’는 2003년 열었다.

책을 쓴 이유는 간단했다. 초밥은 식사니까 ‘맛있고 배부르다’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생선마다 풍미가 다르고, 밥의 양과 간에 따라 수많은 맛의 변주가 가능한 게 초밥이에요. 같은 생선을 쓴 초밥이라고 초밥 맛이 다 같은 게 아닙니다.”

한 입 크기의 밥 위에 와사비와 생선살을 올려놓은 초밥은 36.5℃가 만들어내는 수예품이다. 여백출판사 제공

초밥의 주인공은 생선이 아니라 밥이다. “밥알이 생선살의 풍미를 최대한 품어야 해요. 밥과 생선간 황금 비율을 찾아내야죠.” 평균적으로 초밥 한 개당 밥알 수는 360개. 하지만 밥만 씹히거나, 반대로 생선만 씹히는 건 실패작이다. 재료에 따라 손으로 밥알을 더하거나 덜어낸다.

오래 씹어야 하는 쫄깃한 흰 살 생선은 부드러운 붉은 살 생선보다 밥을 많이 잡는다. 조개류는 둘의 중간 정도이다. 입에서 금세 녹는 성게알은 밥을 더 많이 쓴다. 초밥은 ‘한입 음식’이니 작은 사람에겐 초밥도 조금 작게 만든다.

밥이 주인공이니 밥에다 정성을 기울인다. 단맛을 끌어내기 위해 햅쌀보다 1년 된 묵은쌀을, ‘삼광’이란 국내산 쌀만 쓴다. 15℃에 맞춘 약수로 짓고, 나무 밥통에다 넣어 수분을 유지한다.

초밥을 간장에 찍을 때는 생선살에 간장을 살짝 찍어 먹어야 한다. 여백출판사 제공

간장도 생선살에다 찍어야 한다. 밥에다 찍으면 밥알이 간장을 빨아들이면서 초밥이 짜지고 밥알은 흐트러진다. 요즘은 흰 살 생선 위에 천일염을 한 두 꼬집 살짝 뿌려먹기도 한다. 대신 초고추장이나 된장국은 삼가해달라 했다. “향과 맛이 강한 재료를 먹으면 초밥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거든요.” 향수를 진하게 뿌리고 가는 것 또한 금기다.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풍미를 즐길 수 없게 해서다.

1970년대에는 생선보다 밥을 많이 넣었고(맨 위 사진), 1980~1990년대에는 경쟁적으로 밥의 양을 줄이고 생선의 비율이 높아졌다(중간 사진). 최근에는 생선살과 밥의 조화를 6대 4 정도로 한다(맨 아래). 여백출판사 제공

안 조리장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이제까지 맛으로 충분했다면, 앞으론 건강에 좋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영양 초밥’인데, 안 조리장은 최근 관련 특허까지 받았다. 초밥에도 특허가? 안 조리장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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