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김의겸 비례대표 등 후보자 일동이 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공천 부적격자였던 김의겸 후보가 열린민주당에서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이게 민심 그대로일까? 만약 아니라고 한다면, 김의겸 후보 지지자들은 ‘진보면 가난하게 살아야만 하느냐, 김의겸이 부적격이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모두 부적격 아니냐’라고 반론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를 공격할 때는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고, 반대로 자신이 공격받으면 낮은 도덕성의 잣대로 기득권자처럼 살면 안 되냐며 고슴도치처럼 방어하기에 ‘내로남불’ ‘조로남불’ ‘조적조’라는 말이 생겼음을 봐야 한다.

여야 합의 없이 공수처법 처리의 수단으로 잘못 태어난 연동형 선거법의 후과는 크다. 위성정당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공천은 복마전의 ‘막천’이 되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위성정당격인 열린민주당은 친(親)조국 색채가 강한 일부 인사들로 비례후보 상위 명단을 채울 수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의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비례후보 2번이다.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4번이다. “조국 사태는 검찰의 쿠데타”라고 했던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8번이다. 현재 지지율로 볼 때 이들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과연 ‘조국사태’의 본질은 뭘까? ‘검찰의 쿠데타’가 아니라 ‘조국의 내로남불 사태’가 아닐까? 황희석 후보의 말대로라면 대통령이 조국사태로 인해 두 차례 사과한 것은 잘못이고, 내로남불을 부끄러워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택한 이철희, 표창원 의원도 잘못됐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이 자진 사퇴한 지난해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송구스럽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검찰 수사가 쿠데타가 된다면 대통령의 사과는 사실상 검찰의 쿠데타를 인정한 것에 해당된다. 앞서 10월15일 이철희 의원은 조국사태에 대해 “젊은이들을 실망시키고 공정성 문제가 부각된 것은 조국 본인이 성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고, 10월24일 표창원 의원도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내로남불 같은 모습으로 비쳐지는 게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최강욱, 김의겸, 황의석 후보의 태도는 이철희, 표창원 의원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내로남불을 거부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다르다. 이들의 차이는 내로남불을 받아들이는 공감 능력의 차이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내로남불 비판에 무딘 것일까? 여러 이유 중 그 핵심에는 그들이 586 운동권 그룹과 공유하는 정서적 일체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실수나 오류도 내 것은 작게, 상대는 크게 하는 ‘확증편향성’이 생기도록 부추기는 ‘성리학적 사유 구조’가 있다.

성리학적 사유 구조란 ‘위정척사론’ ‘소중화적 민족주의론’ ‘선악의 이분법’과 같은 신념구조다. 그것은 성인군자는 바르고 도덕적이기에, 절대로 사악함을 따르는 소인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선민의식을 가진다. 하지만 이것은 퇴계 이황이 대동세상을 꿈꾸면서도 노비 367명과 엄청난 토지를 소유했듯이, 이기심을 가진 유한한 인간이 신과 같은 무한한 성인군자를 추구하기에 이율배반적 역설의 ‘위선적 도덕주의론’을 내포한다. 그래서 만에 하나 약간의 허물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런 악행이 없었다는 식으로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속칭 ‘오리발’ 전략을 쓴다. 그래도 안 되면 상대 악은 거악이고 내 악은 소악이라고 방어막을 치면서, 거악보다는 소악이 낫다거나 소악은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평범한 악’을 합리화한다. 이에 그들이 내로남불 비판에 무딜 수밖에 없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 했다. 옳다. 저질 정치인들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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