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5월 석유 공식 판매가격(OSP) 출시 일정을 연기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대규모 증산으로 지난달말 유가가 폭락했던 사태를 지렛대 삼아 감산 협의를 이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주요 산유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제 유가의 하락을 막기 위해 전례없이 긴급회의를 6일에서 9일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사우디의 제안으로 애초 6일 긴급 회의를 하려 했지만 9일로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OPEC+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3월로 끝나는 감산 시한을 연장하고 감산량을 늘리는 안을 놓고 지난달 6일 보여 논의했지만 끝내 결렬된 바 있다.

이에 사우디는 감한 시한이 끝난 4월 1일부터 2월 산유량(일일 970만 배럴)보다 27% 많은 일일 1,230만 배럴을 생산한다고 선언했고, 이를 곧 실행했다.

그러자 사우디의 대규모 증산으로 인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감산 합의의 결렬을 두고 사우디와 러시아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공방을 벌여왔다.

한 달 동안 계속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가격전쟁으로 인해 원유 가격은 65달러에서 34달러로 인하됐다. 결국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OPEC 회원국들은 최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고, 미국을 포함한 다른 거대 생산국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로이터는 "석유수출국기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연료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약 3분의 1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6일보다 늦춰진 9일에 석유 공급 과잉을 완화하기 위한 감산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유가는 1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 다소 반등했다. 지난 3일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34.11달러에 거래됐으며, 아시아 거래 초기에는 가격이 배럴당 32달러까지 떨어졌다.

OPEC+는 지난 3년간 3∼6개월을 단위로 감산 합의를 연장해 공급 과잉인 국제 원유 시장의 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안팎으로 유지했다. 이들의 감산 덕분에 미국은 감산하지도 않으면서 셰일오일을 증산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수 있었다.

사메르 알갑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5일 “새 감산 합의는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밖에 있는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같은 주요 산유국도 지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미국이 원유 감산에 동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9일 회의가 결렬된다면 지난달 벌어진 유가 폭락 사태를 또 한번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하루 최대 1000만~1500만배럴 감산 협정이 가능하다고 선전했지만, 이는 각국 정부가 민간기업 생산에 대한 통제를 하지 않는 OPEC의 일부가 아닌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통상 매달 5일까지 OSP를 발행해 이란, 쿠웨이크, 이라크 등의 물가에 대한 추세를 설정한다. 이는 아시아로 향하는 하루 1,200배럴 이상의 석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는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해 “5월 OSP는 OPEC+ 회의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며 “우리는 OSP를 지연시키기 위한 이 비상한 조치를 취하는 등 (회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저유가로 미국의 에너지업계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수입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해 OPEC+을 압박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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