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ㆍ오버워치로 美대학 갈 거예요” 게임 꿈나무들의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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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ㆍ오버워치로 美대학 갈 거예요” 게임 꿈나무들의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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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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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e스포츠 열기 슈퍼볼 능가… 프로선수 희망 유학 준비생 늘어 

 국내 전문 교육기관 GEEA에 중고 자퇴생들 40여명 등록 

 오전엔 美 교과·SAT 등 수업, 오후엔 게임 이론·실습 교육 

젠지 엘리트 e스포츠 아카데미(GEEA)에서 학생들이 영어로 진행되는 미국 고등학교 교과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젠지 이스포츠 제공

이종호(18)군은 지난해 여름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도무지 흥미를 붙일 수 없는 학교 공부 대신 어릴 적부터 한시도 지루한 적 없는 게임으로 진로를 개척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퇴 후 1인칭슈팅게임(FPS) ‘오버워치’ 선수 준비를 시작한 그는 두 달 만에 순위가 ‘플래티넘(상위 15~39%)’에서 ‘그랜드마스터(상위 1% 이내)’로 급상승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이군이 종일 게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3시간 이상을 수학 과학 영어 등 미국 고등학교 교과 과정 학습에 쏟고 있다. 최근 장학금 혜택까지 동원해 e스포츠 선수를 학생으로 영입하려는 미국 대학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미국 대학에 입학한다면 프로게이머가 못 되거나 20대 초중반에 은퇴하더라도 계속 게임 관련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플랜B’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이군의 생각이다. 그는 “프로선수가 되더라도 국내보다 기회가 많은 미국 대학에 우선적으로 진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미 정도로만 여겨졌던 게임을 평생 직업으로 삼기 위해 체계적으로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생기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미국에서도 e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진학이나 취업의 기회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젠지 엘리트 이스포츠 아카데미(GEEA)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이종호(왼쪽) 학생과 어머니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젠지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젠지 이스포츠 제공

 ◇게임 꿈나무들의 아메리칸드림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도 이 트렌드를 재빨리 읽은 e스포츠 전문 교육기관이 등장했다. e스포츠 게임단을 다수 운영하고 있는 젠지 이스포츠(Gen.G Esports)가 글로벌 교육기업 ‘엘리트오픈스쿨’과 함께 지난해 설립해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운영하는 ‘젠지 엘리트 이스포츠 아카데미(GEEA)’다.

이곳에선 이군을 비롯한 중ㆍ고등학교를 자퇴한 40여 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오전에는 영어로 수학ㆍ과학 등 미국 교과 과정과 토플,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등 자격증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게임에 대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받는다. 게임 실력이 좋은 학생들은 젠지 소속으로 프로팀에 데뷔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학생들은 게임 관련 학과로 미국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GEEA는 국내 정식 등록한 대안교육기관이라 프로그램 수료 시 미국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획득할 수 있어서다.

조셉 백 GEEA 원장은 “e스포츠의 태동지인 한국은 e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하지만, 동시에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도 부정적”이라며 “게임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더 큰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e스포츠 관련 직업이 전년 대비 2배 늘었다고 한다”며 “프로가 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추후 게임 디자인, 마케팅, 프로그램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게임 관련 업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젠지 엘리트 이스포츠 아카데미(GEEA)에 참여 중인 학생들이 e스포츠 이론 수업을 받고 있다. 젠지 이스포츠 제공

 ◇슈퍼볼 능가하는 미국 e스포츠 열기 

GEEA 수강생들은 미국 대학들이 e스포츠 특기자에 대한 문호를 넓히고 있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미국 내 200여개 대학에서 연 1,500만달러(약 185억원) 규모의 e스포츠 장학금을 제공 중이다. 게임과 영어 실력만 받쳐준다면 대학 선택지가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셈이다.

미국 명문대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UC어바인)은 e스포츠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약 100평 규모의 e스포츠 경기장을 교내에 지었으며 교내 리그오브레전드(LoL) 팀 내 선수 10명에게 각각 1만5,000달러(약1,800만원)의 장학금을 제공했다. 유타대는 2017년 교내 e스포츠 선수단 및 프로그램을 설립하고 입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내걸었으며, 뉴욕대(NYU)는 게임 디자인, 평론가, 기업가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NYU 게임센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국 대학들이 게임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는 이유는 게임 산업 성장세가 무섭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 최대 시장인 LoL 프로리그의 경우 지난해 ‘롤드컵’ 결승전의 전세계 시청자 수가 9,960만명으로 그 해 1월 미국 슈퍼볼 결승전 시청자 수(9,740만명)를 훌쩍 넘었다. 미국에서는 e스포츠 리그 평균 시청자 수가 야구(MLB) 농구(NBA) 하키(NHL)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 시장 매출 규모도 꾸준히 성장해 2015년 3억2,5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억960만달러 규모로 커진 걸로 추산되며 2022년이면 17억9,000만달러까지 확장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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