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긴급사태 선언 임박… 도쿄지사 “결단 요구돼”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긴급사태 선언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도 누적 확진자가 60만명을 돌파하는 등 좀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쿄도에선 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43명으로 집계되면서 전날 기록한 118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로써 도쿄의 누적 확진자 수는 1,034명이 됐다. 일본 전역에서는 전날 36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닷새 연속 일일 최다기록을 갈아치웠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지방정부는 2주 연속 주말 동안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감염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것은 지난달 20~22일 3일 연휴 때 정부가 외출 자제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감염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조만간 긴급사태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장관은 이날 후지TV에서 긴급사태 선언과 관련해 “매우 긴박한 상황”이라며 “폭발적 감염자 증가 조짐이 보이면 주저 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결단이 요구된다”며 비상사태 선언을 거듭 촉구했다.
이 와중에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또 도마에 올랐다. 요미우리신문은 유럽을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여성을 인용해 “발열 등 감염 의심증상이 나타난 후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틀간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이후 보건소와 연락이 닿았지만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은 결과 증상이 나타난지 6일 후에야 검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감염증 전문가인 이와타 켄타로(岩田健太郞) 고베대 교수는 “이런 추세라면 일본의 상황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면서 “뉴욕 다음은 일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 피해 상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유럽의 누적 확진자는 60만명을 넘었고, 누적 사망자도 4만6,000명에 육박했다. 이탈리아는 이날 하루 4,805명의 감염이 확인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12만4,632명에 달했다. 다만 중증환자 수는 전날보다 74명 감소한 총 3,994명으로 첫 환자 발생 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스페인은 이날 하루 사망자가 809명 늘어 총 1만1,744명이 됐다. 프랑스에서도 사망자가 1,053명 늘어 총 7,560명에 이르렀으며, 전체 사망자 중 최소 2,028명이 요양원 등 노인 시설에서 발생했다. 영국에선 전날 기준 하루 사망자 수가 708명으로 3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 대응 차원의 ‘코로나 채권’ 발행은 여전히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독일ㆍ네덜란드 등이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를 들어 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국의 구조조정을 전제로 ‘유럽안정화기구’(ESM)가 발행한 채권에 기반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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