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화사함이 절정에 달한 주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의 벚꽃 명소 상당수가 출입 통제됐지만 그 외 지역으로 상춘객이 몰리면서 정부가 고심 끝에 연장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5일 서울 양재천과 여의도 윤중로 등 출입 금지 조치가 이루어진 곳은 텅 빈 반면 통제되지 않은 곳에 인파가 몰렸다.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화창한 날씨 속에 봄꽃이 절정을 이룬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탓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윤중로는 벚꽃 축제가 취소되고 차량 및 보행자의 통행이 전면 금지되면서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수십만의 인파가 몰리던 예년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통제 구역을 벗어난 인근 여의나루역 부근은 벚꽃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북적댔다. 바로 옆 한강공원에서도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성큼 다가온 봄을 만끽했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도 인파가 몰렸다. 오는 12일까지 개최 예정이던 벚꽃 축제는 취소됐지만 공원 입장이 허용되면서 벚꽃이 핀 진입로엔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서울대공원 주차장 또한 이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빼곡했는데, 벚꽃 축제 취소로 아예 폐쇄된 여의도 한강공원 제1~4 주차장의 썰렁한 풍경과 대조적이었다.
한편, 강원 강릉시 경포호 벚꽃길에도 주말 내내 차량이 밀려들었다. 강릉시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벚꽃 축제를 취소하고 주차장까지 폐쇄했으나 화사한 봄꽃의 유혹은 막아내지 못했다. 벚꽃으로 유명한 세종시 연서면 고복저수지 주변 도로 역시 차 속에서라도 벚꽃을 구경하려는 상춘객들이 몰리면서 교통 체증을 겪었다.
상춘객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했다고는 하나 한 장소에 밀집할 경우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는 만큼 세심한 주의와 절제가 요구된다. 향후 2주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성공 여부가 코로나19의 종식으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인 것만은 확실하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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