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은 벚꽃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공원 곳곳에 걸린 ‘휴일 이용 자제’ ‘2m 거리 유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날 서울숲을 찾은 한 시민은 “야외 공원이라 감염 위험도 적을 것 같고 주말마다 집에 있는 게 답답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4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2주 연장하기로 했지만 도심 번화가와 주요 공원엔 봄 나들이객이 쏟아졌다.
같은 날 오후 2시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서울 여의도 윤중로 일대 한강공원도 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는 인파가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올해 여의도 벚꽃축제를 취소했지만, 상춘객들은 미통제 구역인 여의도 한강구역 인근으로 몰렸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상춘객들이 몰려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하루 평균 300명의 안내요원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이 주말을 맞아 대거 나들이에 나서면서 번화가 카페나 식당에도 모처럼 손님들이 들어찼다. 이날 홍대입구역 인근 카페를 찾은 직장인 황모(36)씨는 “요즘 날씨도 좋고 거리마다 벚꽃도 활짝 피고 해서 집에만 있기엔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나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나 놀이공원에도 점점 사람이 몰리고 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주말을 맞아 파주 출판단지나 놀이공원에 다녀왔다는 인증 사진도 적잖게 올라왔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경각심이 무뎌진 탓인지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무시한 시민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실제 이날 한강공원엔 마스크를 아예 벗은 채 나들이를 즐기는 이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벚꽃나무 아래에는 돗자리와 돗자리가 맞닿을 만큼 촘촘히 앉은 경우도 눈에 띄었다.
전광훈 목사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이날도 ‘주일 연합예배’를 강행했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경찰에 고발까지 당했지만 이날 예배엔 1,000여명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방된 공간이라도 확진자와 1m 이내 근거리 접촉한다면 감염될 수 있다”며 “강제적 봉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의 갑작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발표가 피로감을 주는 건 사실”이라며 “정부 대책과 관계없이 당분간 각자도생 정신으로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ㆍ사진=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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