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문재인 정권에는 국민과 함께 분노할 뿐”
전날 현 정부를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적었던 페이스북 글을 삭제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저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습니다”는 글을 5일 게시했다. 서울 종로에서 맞붙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황 대표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미워하지 않겠다”며 포용적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그러나 황 대표는 이날 현장 유세에서는 “조국의 종자들을 막아내야 한다”며 날 선 언어를 사용해 집권 세력을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통합당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제를 지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저는 그동안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 무능의 현장에서 못살겠다고 울부짖는 국민의 실상 속에 있었다”며 “저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습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소중한 대한민국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만들어놓은 이 정권에 국민과 함께 분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종로 대전의 맞수인 이 위원장이 전날 지지자들을 향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말한 것에 대한 응수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전날 종로구 명륜동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위기의 계곡은 아직도 우리 앞에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며 “서로 이해하고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파를 떠난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날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의 메시지는 “미워하지 않는다”는 페이스북 글보다 날카로웠다. 황 대표는 이날 종로구 평창동의 한 골프연습장 옆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민주당과 야합 세력은 조국을 다시 살려내려고 하고 있다”며 “4ㆍ15총선에서는 반드시 조국 따라하기, 조국의 종자들을 막아내고 총선에 나온 사람을 다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유세 직후 골프연습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골프연습장에서 황 대표와 만난 한 60대 남성은 “선거철만 되면 비전을 이야기하지 않고 남을 비꼬는 것이 문제다. 여야 모두 남 욕을 안 하고 헐뜯지 않으면 그 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비전을 얘기하면 안 알려지니까 그렇다”며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고 답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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