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달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0일 첫 브리핑 때 정은경 질본 본부장이 입었던 깔끔한 모직 재킷은 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고, 손이 덜 가는 의료용 재킷이 이를 대신했다. 머리도 다듬지 않기 시작해 눈에 띄게 희끗희끗 해졌다. 언론에 따르면 그는 거의 잠을 자지 않고, 퇴근하지도 않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 세계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각국 보건당국 책임자들이 ‘진짜 영웅’으로 떠올랐다면서, 그중에서도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집중 조명했다.

WSJ에 리더십 관련 글을 연재하는 샘 워커는 4일자 ‘조용하지만 능력 있는 2인자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유권자들이 선출한 카리스마 있는 정치 지도자보다는 전문성으로 무장한 핵심 당국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요 사례로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해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부 차관 등을 꼽았다. 공통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워커는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도 얼마나 유명 인사인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덧붙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조용하지만 능력 있는 2인자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은경 질본 본부장의 리더십을 집중 조명했다. WSJ 캡처

워커는 특히 정 본부장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 상당 지면을 할애했다. 그는 “3주 전만 해도 정 본부장의 이름을 몰랐던 사람들은 SNS에 정 본부장의 건강을 걱정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 본부장의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 침착한 대처 능력은 대중에게 강력하다”며 “그가 ‘바이러스는 한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을 때 공황이 절정에 달했던 한국인들은 그녀를 본능적으로 믿었다”고 분석했다.

워커는 또 “정 본부장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피하며, 인터뷰 요청도 정중하게 거절한다”면서 “나는 그가 승리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정치인들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워커는 마지막으로 최근 브리핑 도중 수면 시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정 본부장이 “1시간보다는 더 잔다”는 짧은 대답을 남겼다는 내용으로 칼럼을 맺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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