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주새 실업수당 1000만명 신청… 유럽도 연일 신기록
미국과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실업 대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 억제를 위해 내려진 봉쇄령 등 고강도 통제 조치로 고용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현재로선 누구도 ‘일자리 파국’의 끝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대선 이후 꾸준히 증가한 일자리 수가 단 2주 만에 사라졌다”고 3일 보도했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월 셋째 주(328만3,000건)와 넷째 주(664만8,000건) 연거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불과 2주 사이 1,000만명에 육박한 것이다. 비농업 일자리가 70만1,000개 감소하고 실업률이 4.4%로 2월 대비 0.9%포인트 상승하는 등 이날 발표된 3월 고용지표도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방송은 “많은 사업체와 학교 폐쇄 시점에 앞서 이뤄진 조사”라며 코로나19 충격이 정확하게 반영되는 4월 이후 고용지표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망에 보수적인 미 의회예산처(CBO)마저 이날 “2분기 실업률이 10%를 초과해 내년 말까지 9%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실직 바람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불어 닥쳤다. 원래 관광 항공 호텔 등에 국한됐던 바이러스의 영향력은 각종 폐쇄 조치로 동네 상점에까지 침투했다. 교육컨설턴트 에리카 배틀은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학교는 불황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수업이 자리잡으면서 일감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NYT는 건강관리, 법률, 정보기술(IT) 등 모든 분야가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유럽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명을 넘은 스페인은 지난달 30만2,265명이 실업수당을 새로 신청했다.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1월 수치(20만명)를 가뿐히 넘겨 통계 작성 이후 최다를 찍었다. 고용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 가입자 수 역시 지난달 중순부터 급감해 한 달간 83만3,979명이나 줄었다. 프랑스도 민간부문 노동자 5분의1에 해당하는 400만명이 최근 2주간 실업수당을 신청했고, 오스트리아는 지난달 실업자 수(50만4,000명)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전염력은 고용시장을 일거에 파괴했다. 금융위기 때와 달리 동시에 상점이 문을 닫고 소비가 아예 멈추면서 길거리에 나앉는 노동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것이다. 감염병 특성상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의 피해가 큰 점도 일자리 감소를 더욱 부추겼다. 경제 중심지의 기능이 멈추다 보니 실직자 양산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WP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타격이 큰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시애틀 등은 국가경제를 이끌던 도시”라고 설명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50개 카운티(하위 자치행정 단위)가 일자리 6,000만개와 미 경제의 3분의1 이상을 지탱한다.
각국 정부가 어떻게든 고용상황을 개선하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기로 했지만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미 행정부는 9일부터 성인 1인당 1,200달러(약 147만원)를 주는 현금보조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당장 수입이 없어진 이들에 대한 도움이 시급하기 때문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WP는 “정부 보조금을 관리하는 은행이 수혜자 정보를 모두 확보하지 못해 일부는 최장 9월까지도 돈을 수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혜택을 보려 20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더 큰 우려는 불확실성이다. 총알이 아무리 충분해도 전투의 끝을 알 수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벤 지퍼러 미 경제정책연구소(EPI) 박사는 “연방정부가 계속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누군가는 또 일자리를 잃고,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전날 실직자 지원 등을 위해 1,000억유로(약 134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종의 ‘마셜 플랜(2차 대전 후 미국의 유럽 원조 계획)’이라는 그의 거창한 포장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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