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ㆍ마스크 권고 이어… 獨ㆍ伊 등 방역 위한 앱 추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이페마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병원에 2일 환자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각국이 단계적으로 ‘한국식 방역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의 검사역량, 병상확보 비결에 주목하고 마스크 착용 권고로 돌아선 데 이어, 이번엔 유럽에서 ‘휴대폰 위치정보’를 방역에 활용하려는 나라가 느는 추세다. 어느 대륙보다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기류가 강하지만 무서운 감염병 기세 앞에 반발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었다.

스페인 정부는 2일(현지시간) “휴대폰 위치정보를 이용한 ‘데이타코비드(DataCovid)’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전국에 내린 이동제한령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방역 구멍을 찾아내려는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스페인 통계청(INE)이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위치정보를 받아 이를 방역 기초자료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당국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모든 데이터는 철저하게 익명화한 뒤 사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정책이 특히 엄격한 독일마저 한국 벤치마킹에 나섰다. 3일 개최된 코로나19 대응 관련 화상회의에서도 독일 당국자들이 우리 정부 측에 휴대폰 활용 방식을 적극 문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다만 휴대폰 위치정보 수집을 가능케 하는 법 개정까지는 못해 간접 방식인 애플리케이션(앱) 배포로 방향을 틀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앱을 내려 받으면 무작위로 아이디가 생성되고, 사용자끼리 접촉할 때마다 아이디가 서로 저장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가 발생해도 접촉자를 비교적 빠르게 가려낼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일 기자회견에서 “개발이 완료될 경우 나도 (앱을) 설치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이탈리아도 확진자 동선 추적에 쓰일 스마트폰 앱 개발에 착수했다. 프랑스 역시 위치정보를 통해 더 촘촘한 방역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자가격리 중인 프랑스 주간 르푸앙의 한 기자는 한국 방역조치의 우수성을 특집 기사로 전하면서 “서방은 인권침해라는 망상을 버리고 자가격리 앱 등 한국 시스템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 만이 아니다. “승차 검진(드라이브 스루)은 부정확하다”고 깎아 내리던 일본도 최근 환자가 급증하면서 IT 기술을 접목한 한국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코로나19 환자가 1만명에 달하는 한국에서 의료붕괴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검사와 추적, 치료를 충실히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동선 추적 시스템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신문은 “한국 보건당국은 카드 사용 기록과 휴대폰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록 등을 통합한 새 시스템으로 10분 이내에 감염자 이동 경로를 특정할 수 있다”며 “이런 조치는 방역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비판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구촌의 ‘한국 따라잡기’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2일 기준 21개국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통화나 서한으로 방역 경험 공유와 물품 지원을 요청했다. 시작은 하루 2만건의 바이러스 검사를 소화하는 ‘진단역량’이었다. 특히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이미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중동 국가에도 도입됐다. 이후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하자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각국은 한국식 생활치료센터나 환자 분류방식에 관심을 보였고,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이던 미국 등은 입장을 바꾸고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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