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칫국 마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잠정 타결’이 거론되는 분위기를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되는데, 주한미군 노동자 수천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ㆍ군사 담당 차관보가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계속돼 왔고, 절대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주한미군이 한국이 더 많은 부담을 하라며 여전히 압박하는 모양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트위터에 올린 글은 “‘알이 부화하기 전에 닭의 수를 세지 말라’는 미국 표현과 같은 한국식 표현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며 ‘김칫국 마시다’란 문장을 영어로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글이 의도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적절하다고는 할 수 없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앞서 지난 1일 무급 휴직에 들어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오늘은 우리에게 유감스럽고 상상할 수 없는 가슴 아픈 날”이라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절박한 사정을 안다면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마땅하다.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방위비 협상에서 입장 차가 감지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 때문으로 보인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분담금 대폭 증액을 호언장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19 위기 사태 속에서 물러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측은 당초 작년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약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했으나 협상을 통해 2조원을 넘지 않도록 하고 협정 유효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늘리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잠정 타결’을 알린 정부의 처사도 신중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는 한미 동맹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군사 준비태세 유지는 물론, 한국인 노동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식과 합리적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도 미국의 부당한 압박에 끌려가지 말고 끝까지 공정한 분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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