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중 발생지역 한해 착용 권고 검토
CDCㆍ트럼프 다른 목소리… 물량 부족 부추길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어디까지 권고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걷잡을 수 없어 마스크 효용론이 대두고 있지만 전면적인 권고가 가뜩이나 심각한 의료용 장비 부족 사태를 부추길 가능성이 커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 등 미 매체들은 2일(현지시간)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르면 이날 전 국민을 상대로 공공장소에서 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CDC는 최근 무증상 감염 위험을 지적하면서 면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메모를 백악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수일 내에 권고안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의무사항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스카프가 더 낫다”는 최근 발언을 반복하며 ‘자율적 선택’이란 점을 강조했다. 브리핑에 동석한 데비 벅스 조정관도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마스크가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란 잘못된 안전 관념을 심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회의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일괄 권고를 미적대는 또 다른 이유는 사재기로 인해 의료진에게 공급해야 할 물량이 급감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CDC가 의료용 마스크 대신 면 마스크 착용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미국 내 마스크 재고는 상당히 부족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중국에서 프랑스로 들여오기로 했던 마스크 수백만장을 상하이공항에서 미국 업자들이 빼돌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집중발병지역에 한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악화일로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3일 오전 기준 확진자는 24만5,559명, 사망자는 6,057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감염은 3만명, 사망은 1,000명 가까이 추가됐다. 최대 발병지인 뉴욕주(州)뿐 아니라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매세추세 등에서 확진자가 7,000~9,000명으로 늘어나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CNN은 미국민의 95.9%인 약 3억1,500만명이 자택 대피 명령의 영향권에 있다고 집계했다.
감염 공포는 올해 최대 정치행사인 대선마저 집어삼켰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당초 7월 13~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 예정이던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8월 17일로 연기했다. 해당 일정도 코로나19 발병이 꺾이지 않을 경우 더 뒤로 미뤄져 전체 대선 판도 자체가 뒤죽박죽 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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