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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참 좋은데...' 문화로 안착해야 진정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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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참 좋은데...' 문화로 안착해야 진정한 성공”

입력
2020.04.08 15:50
수정
2020.04.08 19:3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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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김영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이 3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교육청 보건진흥산업원 내 사무실에서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으로 번역된 ‘학생이 시민이 될 때’ 책자를 들고 있다. 홍인기 기자
김영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이 3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교육청 보건진흥산업원 내 사무실에서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으로 번역된 ‘학생이 시민이 될 때’ 책자를 들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제도가 아무리 좋으면 무엇 하겠습니까. 문화로 정착이 되어야죠.”

서울시가 2012년 제정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제도’로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 지난 8년 동안 학생들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보장 등 학생 인권 보호의 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이 조례가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번역, ‘학생이 시민이 될 때’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나왔다. 국내 다른 지자체 뿐만 아니라 더 넓은 곳으로의 외연 확장 시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총대를 메고 외국어로 학생인권서를 낸 김영준(47)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을 3일 만나 학생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노력과 과제에 대해 들었다.

우선 지난 8년간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 변화. 김 옹호관은 “927건이던 2013년 학생인권 상담 건수가 2017년에 1,551건으로 증가했다”며 “조례 시행 후 학교 현장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들이 적지 않게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학생인권 조례 덕택에 차별과 체벌, 언어폭력, 휴대전화 소지 규제, 용모 단정 규정 등이 상당히 줄어드는 등 교육 현장에서 학생 인권 존중 의식이 신장됐다는 뜻이다.

실제 이 같은 움직임에 일부 교사들이 이의를 제기한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작년 말 재판관 전원 일치로 교직원이나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성별, 종교,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적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합헌이라고 판단, 서울시교육청에 힘을 실었다. 2012년 학생인권조례 제정 당시 법적 자문을 맡기도 했던 김 옹호관은 외부 공모로 작년 3월 부임한 교육 인권 전문 변호사다.

이 같은 모습은 강화되고 있는 학생인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는 게 김 옹호관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 교권이 침해된다”는 제로섬 논리다. 이에 대해 김 옹호관은 “교권은 학생 인권을 누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옹호하고 고취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학생 인권과 교권이 상호 존중되고, 동시에 증진된다는 점을 간과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조례 내용에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성적 지향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강조한 것인데, 이 같은 논리가 우리 사회에서 통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의 영향으로 체벌과 욕설 등 전근대적 문화는 옅어지고 있지만, 차별과 혐오 표현 사건은 줄지 않고 있는 것도 김 옹호관이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외국인 학교ㆍ학생들에게 서울학생인권 조례를 알리기 위한 서적, ‘학생이 시민이 될 때’ 발간에 그가 발벗고 나섰던 것은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그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이를 알아보고 인정해준다면 우리의 생각도 바뀌지 않을까요?”

2년 전 번역된 영어를 포함해 각 언어별로 1,000부씩 총 4,000부가 인쇄된 책은 현재 국내 외국인학교 44곳, 동경한국학교 등 해외 한국학교 34곳, 해외 한국교육원 41곳과 국제인권기구 등에 무료 배포되고 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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