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현저히 줄었다. 지난달 극장 관객은 3월 관객으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요즘은 1만 명 넘게 관람하는 영화를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관객수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매기는 현 상황은 무의미해 보인다.
‘박스오피스’는 어떤 영화의 흥행성적을 가늠하는 용어로 주로 쓰인다. 1990년대까지는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흥행을 가늠했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갖춰진 후에는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3일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엽문4 :더 파이널’은 개봉 이틀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관객수는 4,801명에 불과하다. 이 작품은 이소룡이 존경했던 단 한 사람 엽문의 마지막 가르침을 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날 박스오피스 2위는 2,771명이 관람한 ‘주디’가 차지했다. ‘엽문4 :더 파이널’이 개봉하기 전까지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지켜왔지만 누적관객수는 5만 8,479명에 그쳤다.
최근 5년간의 기록을 살펴보면 코로나19가 극장가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2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돈’은 6만 1,621명을 동원했다. 2위 ‘어스’는 5만 4,393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8년엔 ‘곤지암’이 10만 9,505명을 모아 1위, ‘레디 플레이어 원’이 7만 4,329명을 동원해 2위에 오른 바 있다.
2017년에는 ‘미녀와 야수’가 23만 9,654명, ‘프리즌’이 17만 8,045명을 동원하며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때는 4월 2일이 주말(일요일)이어서 평일보다 월등히 관객수가 높다.
2016년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14만 7,448명(1위), ‘주토피아’가 11만 9,384명(2위)을 끌어모았고 2015년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12만 5,914명을 모아 1위, ‘스물’은 8만 1,943명이 관람해 2위에 안착한 바 있다.
영화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내외 주요 작품들은 줄줄이 개봉 연기를 발표했다. 또한 많은 영화들의 제작이 보류되고 촬영이 중단되는 등 코로나19가 수많은 영화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대책 영화인 연대회의는 7가지 방안을 정부에 제시하기도 했다. Δ영화관련업을 특별지원업종 즉각 지정 Δ금융지원의 문턱을 낮춰 극장의 유동성 확보를 즉각 지원할 것 Δ영화발전기금의 징수를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전 면제할 것 Δ영화발전기금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화업계 긴급지원자금으로 선집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 Δ도산 직전의 영화 관련 업체들의 기본 고용 유지를 위해 인건비 직접 지원 적극 검토 Δ실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영화인들을 위해 최저임금 기준 생계비 지원 등 특단의 대책 강구 Δ제작비 상승분 관련 모태펀드 추가 투자 등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본지에 “회사가 도산 직전에 놓여있다. 올 여름을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단 우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품들이 개봉 연기를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른 시일 내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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