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본부 뒤늦게 감찰조사 지시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상대기실에서 근무하던 중 수 차례 술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군 당국은 이 같은 행위 적발 뒤 음주를 주도한 장교 1명만 견책 징계를 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4E와 F-5 전투기 조종사 16명이 비상대기근무를 서는 ‘알럿(Alert)’에서 술을 마셨다. 해당 사건은 올해 2월 국방헬프콜에 신고ㆍ접수됐고 해당 부대가 뒤늦게 자체 감찰조사 및 징계에 나섰다.
제10전투비행단의 자체 조사 결과 조종사들은 총 3차례에 걸쳐 비상대기실에서 음주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임인 A소령의 주도로 처음에는 500㎖ 맥주 2캔을 8명이, 두 번째는 1.5리터 페트병 1개를 8명이, 마지막에는 500㎖ 맥주캔 1개를 2명이 각각 나눠 마셨다. 제10전투비행단은 지난달 13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음주를 주도한 A소령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달 16일 공군본부에도 보고됐다.
그러나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은 해당 처분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상황 발생시 전투기에 탑승해야 하는 조종사들의 대기 중 음주는 기강 해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원 총장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후속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공군본부 차원의 감찰조사를 지시했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 음주행위자 및 지휘관리 책임자에 대한 징 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군 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공군은 향후 공군의 모든 부대 비상대기 실태를 점검하고 비상대기전력 작전기강 및 상시 출격태세를 확립하기 위한 근무강화 특별지침을 하달해 시행할 방침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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