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살짝 뜰 뻔 했다가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연예계의 먼지, 영화배우 죄민수를 소개합니다.”

최민수가 아니다. ‘죄민수’다. 코너 진행을 맡은 개그맨 최국의 소개와 함께 하늘로 뻗친 머리를 한 살찐 개그맨이 건들거리며 등장한다. 배우 최민수를 풍자한 죄민수 캐릭터를 연기한 조원석(43)이다.

그는 나오자마자 특유의 손짓을 하며 최민수를 흉내 낸 목소리로 “피스~”라는 외침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왜 하냐”는 최국의 질문에 “아~무 이유 없어, 난 스타니까”라고 거칠게 답한다.

[저작권 한국일보]한때 '죄민수'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개그맨 조원석이 '피스'라는 특유의 몸짓을 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2007년 MBC 개그 프로그램 ‘개그야’에서 방영된 ‘최국의 별을 쏘다’라는 코너는 조원석을 최고 스타 자리에 올려 놓았다. 그가 말할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폭소가 터졌고 시청률도 함께 치솟았다. 최민수는 자신을 가장 잘 풍자한 최고의 캐릭터로 ‘죄민수’를 꼽았다. 최민수에게 혼난 적 없냐는 질문에 “죄민수로 한창 잘 나갈 때 직접 만났는데 ‘파주로 오라’는 말을 했다”며 “지금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렇게 ‘죄민수’ 캐릭터는 방송 기간 6개월 동안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조원석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출연 등으로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13년이 지난 지금 조원석은 달라졌다. 그동안 그는 MBC 개그 프로그램의 인기가 예전만 같지 못하자 코미디를 떠나 트로트 가수가 됐다. 20㎏ 이상 살을 빼서 외모도 호리호리하게 변했다. ‘여우야’ ‘됐다 그래’ 등 트로트 곡을 발표하고 가수로 활동하던 그가 올들어 또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유튜버였다.

그가 지난 1월말 개설한 유튜브 채널 ‘조원석TV’는 여러 가지로 특이하다. 우선 구독자 숫자가 연예인치고 예상외로 적다. 개설한 지 2개월 지났으나 구독자는 인터뷰를 진행한 3월 말까지 620명이었다. 지금은 조금 늘어 660명이 됐다.

본인도 너무 적은 구독자 숫자에 당황했는지 이런 심경을 유튜브 영상에 고스란히 토로했다. “채널을 만들면 구독자가 최소한 만 명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개설 한 달 동안 구독자가 100명을 갓 넘겼다. 스스로 연예인으로서 생명이 용도폐기 됐다는 것을 느꼈다. 유통기한이 끝났다고 봐야 된다.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이다.”

조원석의 이런 고민은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의 같은 고민일 수 있다. 과연 그는 어떤 해답을 찾았을지 궁금했다. 그를 지난 25일 한국일보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작권 한국일보] 개그맨 조원석은 최근 유튜브 채널 ‘조원석TV’를 시작하며 무명의 유튜버로 새출발을 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조원석은 앉자마자 먼저 입을 열었다. “오면서 왜 인터뷰를 하자고 했을지 생각해 봤다. 잘 나가는 유튜버가 아니니 유튜버의 허와 실, 거품을 사람들이 알게 하자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비슷하다. 유튜브 채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 채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난해 ‘됐다 그래’라는 노래를 내놓고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이었는데 가을에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돌면서 행사가 사라졌다. 팬들과 계속 소통하며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으려면 대안이 필요했다. 또 안정적 수익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구상하게 됐다.”

-계기가 있었나.

“심형래 선배님 생각이 났다. 2018년 부산 코미디페스티벌에 심 선배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명했던 권투선수 ‘칙칙이’ 분장을 하고 나타났는데 초등학생들이 다 알아봤다. 유튜브 덕분이었다. 따로 유튜버 활동을 하지 않는 선배들도 높은 인기를 끄니, 2007년에 ‘죄민수’로 모든 사람들이 알아볼 만큼 인기를 얻었던 나도 유튜브를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무작정 시작했나.

“아니다. 전략을 세웠다. 동영상을 한꺼번에 20,30개씩 찍어서 5개씩 풀려고 했다. 많이 올리면 사람들이 그 중 하나를 보고 구독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먹방도 하고 요리고 하고 대본을 만들어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기획해 1월 말부터 올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어땠나.

“죄민수가 인기 캐릭터였던만큼 최소한 10만 조회수를 예상했다. 그런데 아무도 안 봤다. 조회수가 2,3회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보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봤나.

“이유를 모르겠다. 성공한 유튜버들의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봤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그런 영상을 사람들이 왜 보는지 모르겠다. 어머니한테 주접스러우니 남 먹는 거 쳐다보지 말라고 배웠는데, 먹방의 인기가 엄청났다.”

[저작권 한국일보] 개그맨 조원석은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라는 믿음으로 독특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계획이다. 정준희 인턴기자

조원석TV는 다양한 내용이 뒤섞여 있다. 그의 종교, 학교, 키, 몸무게 얘기부터 먹방과 요리, 옥상에 심은 과실수의 가지를 치는 영상까지 등장한다. 또 느닷없이 구매 예정인 로또 번호를 불러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도 시작했다. 특정 주제와 방향성을 갖고 진행하는 다른 유튜버와 달리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 같다.

다른 연예인들하고도 다르다. 다른 연예인들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 동료 연예인을 손님으로 부르거나 방송가 뒷얘기를 꺼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조원석TV는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오로지 혼자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렇다 보니 ‘길고 지루하다’는 댓글이 붙었다.

-다른 연예인이나 인기 유튜버들처럼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방법을 안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트로트 가수인데 아이돌 노래가 인기라고 해서 갑자기 그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 수는 없다. 한 번 컨닝 잘 해서 서울대를 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가서 뭐하나. 남들을 따라 하면 100만 조회수가 나오는 콘텐츠를 한 번은 만들 수 있어도 계속하기는 힘들다. 계속 만들 수 없다면 내 것이 아니다.”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면 통일성이 없다.

“통일성을 주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먹방을 하다가 갑자기 여행 얘기하면 보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또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얘기다. 잘 안 되는 유튜버가 이런 얘기를 하니 굉장히 웃긴데, 난 10년 뒤까지 계획을 갖고 있다.”

-어떤 계획인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어떻게 가야 할 지 고민했다. 나를 모르는 10,20대 젊은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이상한 차림을 하고 음식을 먹는 ‘내내 먹방’이라는 영상을 찍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다가가는 것이다.”

-왜 내내인가.

“아무 말고 안하고 계속 먹기만 하면서 ‘내~’라는 말만 한다. 이유? 아무 이유 없다. 대신 아주 특이하다.”

-내내 먹방은 잘 될 것 같나.

“어느 날 갑자기 ‘이게 뭐지?’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리베카’를 부른 가수 양준일처럼. 대한민국 코미디언 가운데 살면서 1등 해 본 사람 많지 않다. 죄민수 시절 최정상에 6개월 있었다. 그때도 갑자기 터졌다. 10년 동안 유튜브를 매일 하다보면 10년의 보상이 한 방에 올 수 있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콘텐츠의 방향 전환을 생각해 보지 않았나.

“계속 방향을 바꾸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지금 가장 개인적인 일을 유튜브에서 하고 있다.”

-접을 생각도 했다는 영상도 봤다.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25초 정도? 굉장히 좋아하는 전유성 선배가 ‘너를 보고 웃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개그를 중단하지 마라’는 말을 했다. 유튜브 영상 댓글을 보면 ‘재미없다’며 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댓글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댓글 조차도 소통의 시작이다.”

-오히려 악성 댓글에서 가능성을 본 것인가.

“무명 개그맨 생활을 7년 정도 하며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라면을 먹고 살아도 내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주택 청약, 결혼, 아이 이런 것들은 내 인생의 청사진이 아니었다. 죽을 때까지 코미디언으로 남겠다는 각오를 했을 때 죄민수 캐릭터가 떴다. 유튜브를 놓지 않고 계속 하는 동안 새로운 캐릭터로 진화할 것이다. 이제는 그만둘 수 없다.”

-다른 연예인들처럼 동료를 부르거나 과거 재미있었던 일을 얘기해 볼 생각은 없나.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그것을 추억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새로 할 얘기가 많으니까. 지금의 조원석은 과거 1등 개그맨이 아닌 무명 유튜버다. 늘 새 출발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으면 할 게 많다. 할 것도 많은데 굳이 과거를 회고할 필요 있나.”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40대 남자들은 인생의 갈림길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한때 트로트 가수를 제2의 길로 선택했고 지금은 유튜버를 제2의 길로 선택했다. 나와 사람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서로를 알아주는 절충점이 나타날 것이다.”

-죄민수 시절의 캐릭터를 불러 올 생각은 없나.

“당시 녹화 분량의 80%가 즉흥 연기(애드리브)였다.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녹화 현장에서 주고 받는 생동감 있는 대사로 승부를 걸었다. 그런데 스타가 되고 나니 사람들이 웃지 않았다. 스타를 풍자한 내 연기가 스타가 되고 나니 사실처럼 보인 것이다. 사람들은 죄민수 연기를 코미디로 보지 않고 실제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죄민수 캐릭터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수익이 없어 힘들지 않나.

“유튜브 수익은 전혀 없다. 오히려 돈을 쓰고 있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찍는 PD에게 돈을 주지 않고 나 또한 출연료를 받지 않으니 제작비를 버는 것이다. 긍정적이라고? 원래 가난하면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트로트 가수는 잘 되고 있나.

“잘 안 된다. 유튜버나 마찬가지다. 즐겁게 일하지만 열심히 다니면서 알려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

-코로나19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모든 수입이 끊겼다. 지방 행사도 없고 노래교실마저 끊겼다. 하지만 이 또한 기회라고 본다. 덕분에 유튜브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떻게 개그맨이 됐나.

“개그맨을 하기 전에 일식 요리사였다. 하루 13시간씩 일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다른 일을 하려고 찾다가 개그맨 공채에 붙었다. 어려서부터 사람들 웃기는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게 잘 됐으면 개그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조건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 않으면 미련이 남아 계속 생각한다. 하다가 안되면 그때 그만둬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만들어봐야 다른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조원석TV의 ‘좋아요’ 버튼 많이 눌러주고 구독 많이 해달라.”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김동현 전효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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