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시 지방도시를 봉쇄했다. 무증상 감염자가 속출하는 탓이다. ‘방역 전쟁’ 승리 선언을 예고하는 듯하던 중국은 2차 감염 폭발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인구 60만명의 허난성 핑딩산시 자현은 전날부터 모든 주민의 이동을 통제했다. 이틀에 한 번만 가족 대표가 생활필수품을 사러 외출할 수 있고, 마트와 병원 등을 제외한 일반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특별한 통행증이 없으면 도시를 드나들 수 없다. 지난 1월 23일 우한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역에서 시행하던 봉쇄 조치를 재개한 것이다.
당국이 대응 수위를 높인 건 무증상 감염자 가운데 의사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춘제(春節ㆍ설) 연휴 때 우한에 다녀온 뒤 아무 증상이 없었던 한 의사가 지난달 28일 검사에서 뒤늦게양성 판정을 받았고, 동료 의사 2명도 감염이 확인됐다. 의 감염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로부터 진료를 받은 밀접 접촉자 74명은 격리됐고 병원은 폐쇄됐다. 의료진은 환자와 접촉 빈도가 높아 ‘슈퍼 전파자’가 될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전날 무증상 감염자 수치를 처음 공개하면서 “대중의 우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려를 불식하기엔 미흡해 보인다. 하루 신규 무증상자 130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47명이 지난달 25일 봉쇄를 해제한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오는 8일 우한의 봉쇄도 풀게 되면 코로나19 발병지가 이번엔 무증상 감염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동북지역 헤이룽장성에선 무증상자 19명 중 17명이 해외 유입 사례였다. 무증상 감염에 해외 역유입이 겹치면서 방역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의 위험을 경고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장원훙(張文紅) 푸단대 화산병원 감염과 주임은 “중국 내 감염 환자의 13~18%가 무증상자로 추정된다”면서 “확인된 사례보다 실제로는 더 많이 감염됐을 수 있어 지역사회 전염 확산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정원 원사이자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급 전문가인 리란주안(李蘭娟)은 “지역사회 관리ㆍ통제를 강화하면서 잠재적 감염자를 찾아내 가능한 빨리 검사하고 격리ㆍ치료해야 제2의 감염 폭발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미국 CNN방송은 “코로나19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에서 9,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진단한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감염자 가운데 절반은 무증상자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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