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Ⅲ 조기 도입해 부담 줄어
“위기 기업 지원 취지 동참을”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게 당분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를 위해 은행의 자본규제 준수 부담을 경감해줬는데, 늘어난 자본금을 주가 부양 등에 사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바젤Ⅲ 조기 도입을 희망하는 은행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을 자제 해달라는 권고를 전달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바젤Ⅲ 최종안을 애초 2022년 1월 시행 일정보다 1년반 이상 앞당겨 올해 2분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바젤Ⅲ는 주요 선진국(G10)의 중앙은행 및 은행 감독 당국 대표로 구성된 바젤위원회에서 정한 ‘은행자본규제’ 기준이다. 현재는 바젤Ⅲ에서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BIS 비율) 8%’가 시행 중이다. 은행이 빌려준 돈(위험자산)의 8%를 자기자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젤Ⅲ가 조기 적용되면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기존 100%에서 ‘85%’로 낮아진다. 위험자산은 돈을 빌려준 기업 등의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가 고려돼 계산되는데, 중소기업 위험가중치가 낮아지면 은행들이 BIS 비율 8%를 맞추기 위한 자기자본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은행들이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와 증권시장안정펀드(10.7조원) 재원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건전성 비율을 완화해준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자본 여력을 은행들이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벗어난 행위는 자제해달라는 권고”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은행들이 현금을 쌓아 경제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바클레이스와 로이즈, RBS,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영국 대형 은행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주주 배당과 임원진에 대한 보너스 지급, 자사주 매입 등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건전성감독원(Prudential Regulation Authority)이 전날 배당금 취소 등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감독 권한을 이용해 강제 취소시키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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