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 움막에 플라스틱 얼굴 방패까지… 코끼리도 아사 직전 
태국 이주노동자 출신의 한 미얀마인이 고향 마을에서 코로나19 의심으로 진입이 거부되자 인근 나무 위에 움막을 짓고 열흘 째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방콕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동남아시아 나라들에서 웃지 못할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열악한 의료환경 탓에 예방과 치료가 어려워 물리적 격리가 우선되다 보니 발생한 안타까운 ‘실화’다.

2일 로이터통신과 동남아 각국 매체 등에 따르면 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던 미얀마인 A씨는 지난달 23일 현지에 비상사태가 선포되자 미얀마 카렌주(州) 하파안의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 최근 미얀마에선 방콕 다중시설이 전면 폐쇄되면서 일자리가 없어져 2만3,000여명이 귀국했는데, A씨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갈등은 고향 주민들이 “비감염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마을로 들어 올 수 없다”고 길을 막아서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돈이 있을 리 없는 A씨는 마을 입구 높은 나무에 움막을 짓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갈 곳 없는 그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정이었다. 방콕포스트는 “현재 마을 주민들이 둥지에 있는 새에게 모이를 주듯 A씨가 기거하는 나무 아래에다 열흘 째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믿기 어렵지만 미얀마는 현재 15명의 공식 확진자가 나왔다.

필리핀에선 ‘플라스틱 얼굴 방패’가 화제다. 필리핀 학제로 10학년인 마커스 추(16)군은 최근 자택 3D 프린터를 이용해 80여개의 플라스틱 얼굴 방패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치료 최전선에 있는 자국 의료진들의 보호 장구가 부족하다는 뉴스를 보고 직접 인터넷을 뒤져 만든 결과물이다. 추군은 얼굴 방패를 4개 병원에 기증했고,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한 필리핀 의사들은 플라스틱 방패를 실제 착용하고 치료에 나섰다. 선진국이라면 ‘귀여운 선의’로 받아들일 소년의 기부가 개발도상국에선 ‘필요적 구호’가 된 셈이다. 2,31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가 포함된 루손섬을 전면 봉쇄했으나 매일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도 63만명에 달해 사실상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인도네시아의 토착 원주민들은 감염병 퇴치를 구실로 ‘주술 의식’까지 동원하고 있다. 원주민 대부분은 보건카드가 없어 병원 자체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원주민들은 수컷 닭 등을 장식한 ‘펠레 드 갈루’라는 전통 의식(룽가족)을 시행하거나 강 상ㆍ하류로 부족민을 나눈 뒤 멧돼지 고기를 먹는 ‘비산디온’이라는 격리 방식(수쿠 아나크 달람족) 등을 자체 시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67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157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에선 동물들도 고달프다. 태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전면 불허하면서 사료를 댈 돈이 없어 코끼리 1,000여마리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지난 달 13일 태국 북부 치앙마이 자연공원 내 코끼리들이 부족한 먹이를 서로 먹으려 애를 쓰고 있다. 치앙마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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