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치어 죽게 한 10대 8명 중 7명 귀가 조치... “엄벌해야”국민청원 빗발
“사람이 비참하게 죽었는데 촉법소년이라는 게 적용될 수 있습니까.”
10대들이 훔쳐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대학 신입생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A씨는 1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억울하고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A씨는 게시글에서 “대학교에 간다고 설레던 모습이 엊그제인데 입학은커녕 꿈에 그리던 학교에 가보지도 못하고 너무 억울하게 사고를 당했다”며 “저런 짓을 하고도 가해 아이들은 죄책감도 없이 얼굴 들고 평소와 같이 행동하며 웃고 다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글은 2일 오후 8만회 이상의 공감을 받았다.
훔친 차로 도심을 질주하다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선 대학 신입생을 치어 숨지게 한 10대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행동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6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대전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B(13)군 등 8명은 지난달 29일 자정 대전 동구의 한 도로에서 한 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군 등은 전날 서울에서 렌터카를 훔쳐 대전까지 타고 온 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신호를 지키지 않고 주행하다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6명을 사고 지점 인근에서, 도주한 B군과 나머지 1명을 서울 일대에서 검거했다. 하지만 이들 중 B군만 특가법상 도주치사와 차량 절도 혐의로 법무부 산하 대전소년분류심사원에 넘겨졌다. 나이가 소년법상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인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나머지 7명은 그대로 귀가 조치됐다.
가해 학생들이 과거 무면허 운전을 하거나 소년원에 갔던 정황까지 알려져 대중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해자 중 한 명이 사망사고 뉴스를 공유한 지인에게 “죽이고 싶어서 죽었냐. 애들한테 나라고 말하지 마라”고 엄포를 놓은 사진이 돌기도 했다.
일당 중 한 명으로 알려진 C(13)군의 SNS 계정에는 차량 위에 앉아 흡연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검거돼 경찰서에서 촬영한 사진 등이 게시돼 있었다. 이들의 SNS 계정에 반성 없는 행동을 비난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자 해당 SNS 계정들은 2일 모두 폐쇄된 상태다.
‘성인 뺨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죄질이 나쁜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면서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과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렌터카 훔쳐 사망사고를 낸 10대 엄중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 글은 2일 오후 9시 20분쯤 60만명의 동의를 얻어 답변 요건을 훌쩍 넘겼다. 한 달 내 20만명이 동의한 국민청원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나 부처 장관 등이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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