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대전교육정보원에서 원격수업에 대비해 시내 초중고 교사들이 온라인 강의 실습을 하고 있다.

여느 해 4월이다. 이맘때면 봄볕도 쬐며 꽃구경을 하자고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 문을 나섰다. 환호성을 지르며 내달린 아이들은 내가 현관을 나서기도 전에 벌써 운동장에 도착했다. 아이들을 모아 교정을 한 바퀴 돌며 꽃 이름을 알려줬다. 꽃 이름을 모두 기억할 무렵이면 간단한 게임을 시작했다. 모둠별로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잡으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교정이 떠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마주했다.

올해 4월이다. 학년 말 방학과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19로 두 달 넘게 아이들이 학교에 보이지 않는다. 긴급돌봄을 신청한 아이들 몇몇만 오가는데 그 아이들도 돌봄교실에서 조용히 지내다 간다.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면 두 달째 집에만 박혀 있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성화다. 학부모들도 속이 탄다. 봄꽃은 왔는데 아이들은 이렇게 학교에 오지 않고 있다.

급기야 교육부는 3월 31일 온라인 개학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 9일 이후 중ㆍ고교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으로라도 개학을 해서 학사일정을 시작한다고 했다. 수능은 2주 연기하여 12월 3일에 시행하고, 수시 학생부 작성 마감일은 16일 연기하여 9월 16일로 변경한다고 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수업이 가능하도록 여러 가지 대책도 내놓았다.

교육부 발표가 있고 나서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다. 그 가운데 유독 내 눈길을 끈 것은 SNS에서 공유되는 두 장의 사진이었다. ‘이것이 원격수업이다 희망편’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을 이용하며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원격수업이다 절망편’은 원격수업을 위한 인프라가 없거나 있어도 이를 사용할 줄 몰라서 절망하는 사람들이다.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관건이다. 시스템만의 문제도 아니다. 시스템은 전문가와 자본의 힘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맞닥뜨린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그 속마음을 꺼내 본다.

첫째, 수업을 잘하라고 요구하지도 말고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자. 코로나19 사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맞닥뜨린 최대의 재앙이다. 이 상황에 수업을 잘할 수도 없고 그걸 바란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왔으니 그저 한 아이도 감염되지 않고 지나가기를 바란다. 이 위기 극복 과정 자체가 가장 좋은 수업이다.

둘째, 원격수업이라는 말에 주눅 들지 말자. 원격연수를 두 번이나 제작해 본 나도 카메라를 보고 수업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원격수업을 꼭 이렇게만 하자는 것도 아니다. 수업에 따라 양방향 동시 접속이 필요할 수도 있고, 녹화한 수업을 편한 시간에 볼 수 있도록 안내할 수도 있고, 과제를 제시하고 과제에 따라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 이 모두가 원격수업이다. 원격으로만 학교를 다니는 이들도 있다. 사람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까지 필요한 경우 원격으로 한다. 앞으로 계속 원격으로 수업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낙관도 가져 본다.

셋째,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하나라도 바꿔보자. 최근 정부가 기침, 감기 등을 포함한 간단한 일반 진료와 코로나19 의심 증상에 대한 원격진료 및 약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 얼마나 위대한 전진인가? 수업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으로 아무리 상호작용을 해도 단 한 시간도 수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원격수업의 허용기준을 정하고 대면수업과 호응을 이루면 학습의 형태를 바꿔갈 수도 있다. 교육 생각하면 답답했던 것들이 많다. 이 참에 무엇을 바꿀지 머리를 굴려 본다.

끝이 보이지 않아서 두려웠던 거다. 이제 휴업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기다렸던 개학인가. 걱정과 두려움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 만나자.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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