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집회 없는 부활절’을 기독교계가 준비하는 분위기다. 개학까지 포기시킬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히 등등해서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일 홈페이지 긴급 공지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조속히 종식시키려면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더 지속해야 한다는 정부 요청을 고려해 미사 중지 기간을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재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이런 결정에 따라 일요일인 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부활절인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모든 미사를 교구청 경당(소성당)에서 교구장 주교의 주례로 올리고 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는 게 전주교구의 방침이다.
당초 천주교 16개 교구는 예고된 초ㆍ중ㆍ고교 개학 시점인 6일을 기점으로 미사를 재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개학 시기를 뒤로 미루고 그마저 온라인 방식을 택하자 협조 검토 기류가 형성됐다. 물꼬가 트인 만큼 다른 교구도 가세할 공산이 크다.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운 건 개신교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정례 모임을 갖고 매년 교단을 초월해 대규모로 치러 온 부활절연합예배를 올해는 교단 대표 소수만 참여하는 식으로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진행하되 이를 기독교방송인 CBS가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교인 수가 가장 많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부활절 전날인 11일까지 일단 온라인 예배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부활절 직전 주일인 5일 예배도 온라인 중계 방식이다. 이 교회의 온라인 주일 예배는 지난달 1일부터 6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영훈 담임목사는 “학생들의 개학이 온라인 개학으로 대체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개신교에서 주요 절기 예배로 드리는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주일) 예배도 온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활절이 워낙 큰 축일이어서 당일 예배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이 교회 역시 유보적이다. 교인들의 현장 예배 수요도 있는 만큼 이처럼 상황을 봐가며 늦으면 부활절 당일 직전까지 결정을 늦추는 교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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