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미국을 위해 러시아가 의료물품 지원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국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우크라이나ㆍ시리아 사태 등으로 대립해온 미국에 관계 개선의 손짓을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3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방호복과 의료 장비 등 다수의 지원 물품을 실은 수송기가 미국으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는 “오늘 온종일 (미국으로 갈) 러시아 항공편 출발을 위한 기술적 조율과 준비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러시아 측 물품 지원 의사를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페스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안한 인도주의적 성격의 지원을 감사히 수용했다”고 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미국 내 의료물자 생산과 공급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미국 역시 러시아가 필요할 때 이 같은 지원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지원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외교 성과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몇 가지 물품을 보냈다. 러시아도 의료 물품을 실은 아주 아주 큰 수송기를 보냈다”며 “이는 매우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국가를 지원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에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논의한 뒤 200여명의 전문가와 의료진, 검진ㆍ검역 장비 등을 군용 수송기 14대로 운송해 지원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가 이번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그간 대립각을 세워온 서방 진영 내 친(親)러시아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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