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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대국’을 향한 중국의 길은 아직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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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대국’을 향한 중국의 길은 아직 많이 남았다

입력
2020.04.03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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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지난 2월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원이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뒤로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보인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지난 2월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원이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뒤로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보인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책임 있는 대국’의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의 성과는 세계 각국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는 기여를 했다.”

최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내놓은 사설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의 확산세가 한풀 꺾이자 발 빠르게 이미지 세탁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감염 사태 초기 중국이 전문가들 경고를 묵살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조직적 은폐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에 대한 반성은 없다.

미국을 뛰어넘는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며 국제질서를 쥐락펴락하는 패권국가. 하지만 지난해 홍콩 사태가 상징하듯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에 대한 요구는 가볍게 무시하는 전체주의 폭력국가. 패권과 폭력을 넘나드는 두 얼굴의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번 주 나온 2권의 책은 중국의 역사를 돋보기 삼아 중국의 진면목을 들여다보자 제안한다. 각각 71년 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신중국’을 성립하기 전과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일전쟁은 왜 잊혀졌나

인도 출신 중국 근대사 전문가인 래너 미터 영국 옥스포드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금 중국을 있게 한 역사적 사건으로 ‘중일전쟁(1937~1945)’을 주저 없이 꼽는다.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의 최대 피해국으로 소련을 떠올린다. 하지만 중국이야말로 가장 큰 희생자였다. 난징 대학살 등으로 사망자는 최소 1,50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서구는 물론이고 중국 안에서조차 이 전쟁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저자는 중일전쟁이 왜 역사 속에서 사라졌는지 분석한다.

저자가 보기에 중국은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중국은 1937년 7월 7일 중국 베이징 근교 루거오차오에서 벌어진 일본군 사이의 총격전을 시작으로, 충칭의 무자비한 폭격을 당하면서도 일본에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덕분에 일본군 80만명의 발이 중국 본토에 묶였고 유럽과 미국으로 손쉽게 뻗어 나가지 못했다. 진주만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4년 간, 중국은 사실상 혼자 힘으로 최첨단 무기를 갖춘 군사 강국 일본에 맞섰다. 연합군은 히틀러부터 막아야 한다는 유럽 우선 전략을 펴며 중국을 외면했다. 아니 이용했다.

항일 투쟁을 이끌었던 건 국민당 지도자 장제스(蔣介石)였다. 당시만 해도 공산당의 수장 마오쩌둥(毛澤東)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 이후 국공내전을 겪으며 두 사람의 운명은 뒤바뀐다.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는 분열을 거듭하며 약해졌고, 마오쩌둥은 중국의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됐다. 전쟁의 공포와 무질서로 인한 혼란을 겪은 중국 인민들이 공공의 가치관을 더 강조하게 된 것도 공산주의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어느새 마오쩌둥은 민족주의의 전사로 추앙 받고, 장제스에 대해선 국내 정권 유지를 위해 공산당 탄압에만 나선 ‘부패와 무능의 화신’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중일전쟁

래너 미터 지음ㆍ기세찬, 권성욱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528쪽ㆍ2만5,000원

결과적으로 항일 투쟁의 주역이었던 장제스의 몰락과 함께, 중일전쟁은 완전히 지워졌다. 냉전 시기 미국은 중국이 연합군의 일원으로 기여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마오쩌둥 역시 장제스의 공을 추켜세울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업적으로 탈바꿈 시키려 애썼다.

저자는 “기나긴 중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국이 맡았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종합적이면서 완전한 재해석을 할 때가 됐다”면서 “미국, 소련, 영국과 더불어 전시 4대 강국 중 하나였던 중국의 지위 또한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제스가 8년을 버텨줬기에 연합국이 승리할 수 있었고, 그렇게 버티며 힘을 다 소진하는 바람에 공산당이 권력을 잡고 70년 이상 중국을 지배할 수 있었다는 거다. 기세찬 국방대 교수와 함께 책을 공동 번역한 전쟁사 연구가 권성욱 씨는 역자 후기에서 “이제는 우리도 일방적인 마오쩌둥 찬양에서 벗어나 중국에 대한 역사관을 새로이 정립할 때가 됐다”고 적었다.

슬픈 중국

송재윤 지음

까치 발행ㆍ366쪽ㆍ2만2,000원

◇슬픈 대륙, 중국의 허상

송재윤 캐나다 맥마스터 역사학과 교수는 ‘슬픈 중국 : 인민민주독재 1948-1964’에서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의 허상을 작정하고 비판한다. 총 3권으로 기획된 ‘슬픈 중국’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으로 중화인민공화국 초창기 어두운 역사를 들여다본다. 1954년 중국 헌법 전문에는 ‘인민민주독재’가 명시돼 있다. 인민민주독재란 “대다수 인민에게는 민주를, 극소수 적인(敵人)에게는 독재를” 실시한다는 중국 특유의 통치 원리다.

저자는 국가정책에 순종했던 다수 인민은 자유를 억압당했고, 공산당에 반기를 든 적인은 처형되거나 격리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중국공산당이 추구하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는 실현되고 있는지, 인민의 디스토피아는 아닌지 되묻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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