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입장 바꿔 백악관에 착용 필요성 전달 
 독일 체코 등은 의무화 잇달아… 착용 꺼리는 문화에 변화 조짐 
지난달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타코마의 한 공원에 있는 조각상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타코마=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와중에도 마스크 착용의 효용성에 의구심을 표했던 서방 국가들이 뒤늦게 입장을 바꾸고 있다. 미국은 예방 수칙의 하나로 ‘전 국민 마스크 착용 권고’를 검토 중이고, 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서구 사회의 문화적 규범까지 달라지는 모습이다.

미국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핵심 인물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도 공영라디오에 출연해 “무증상 감염자가 상당수라는 통계에 비춰 마스크 관련 방침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발병국’의 오명을 얻고 나서야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CDC의 방침이 사실상 수정됐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CDC가 ‘무증상 감염’의 위험을 이유로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지침이 바뀌더라도 의료진의 필요 물품이자 공급 부족 상황인 N95등급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내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F 브리핑에서 예방 차원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면서 “스카프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악화일로인 유럽에선 마스크 착용을 아예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 튀링겐주(州) 예나시정부는 이날 식료품점을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탑승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결정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식화했다.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선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국으로부터 마스크 10억개를 들여오기로 계약을 맺고 초기 물량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 중에선 체코가 지난달 19일 가장 먼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사실 미국과 유럽이 뒤늦게 마스크를 찾는 건 ‘확진 환자나 간호하는 사람만 착용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동ㆍ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본질적인 이유로 보는 시각도 많다. 미 시사전문지 타임은 “아시아에서 장려되는 마스크 착용을 서방 국가들은 꺼림칙하게 여긴다”면서 “서구권에선 사회적인 상호작용시 표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미국의 경우 초기 방역 실패로 의료진용 마스크 수급조차 여의치 않자 마스크의 효과를 부인해 왔다는 시각도 있다. 제이넵 투펙치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보건당국이 일반인들은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거나 정확한 사용법을 모른다고 말하는 건 현재 의료진 몫만 확보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자 그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마스크 무용론’를 펴던 서방 언론들도 달라졌다. 이날 NYT는 ‘스타일’ 섹션에서 “마스크 착용은 비말(침방울) 확산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삽화까지 곁들인 8단계 마스크 제작법을 소개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 온라인 기사로 게재한 마스크 만드는 법. NYT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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