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사경장’ 지정 예고… 보유자 김경호씨도 인정 예고
불교 경전을 베껴 쓰는 작업인 ‘사경’(寫經)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1일 문화재청은 사경 기술과 장인을 뜻하는 사경장(寫經匠)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김경호(57)씨를 보유자로 인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사경 작업은 크게 필사와 변상도(變相圖ㆍ불교 경전 내용이 소재인 상징적 그림) 제작, 표지 장엄(장식) 등 3가지로 구성된다. 금가루 만들기와 아교 만들기, 종이 표면 처리, 마름질, 잇기, 선 긋기,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표면 처리 등 여러 공정을 거친다. 때문에 사경을 하려면 서예와 한문, 불교 교리, 회화 등에 두루 능통해야 하고, 오자ㆍ탈자가 없어야 하는 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도 필요하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보유자 인정이 예고된 김경호씨는 40여년간 사경에 매달린 장인이다. 강의와 서적 간행, 전시 등 사경 전승 활동도 활발했다. 오랫동안 문헌과 유물을 통해 사경 재료, 형식, 내용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조계종이 1997년 주최한 제1회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2010년 고용노동부가 지정하는 전통사경기능전승자로 선정됐다. 전통 사경체를 능숙하게 재현할 뿐 아니라 변상도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경의 목적은 경전 유포나 적공(積功)이다. 불교가 전래될 당시인 삼국시대에는 경전 보급이 핵심 취지였지만, 8세기 중엽 목판 인쇄술 개발 뒤에는 주로 공덕을 쌓기 위해 사경을 했다.
전성기는 불교가 국교인 고려시대였다. 국가 발전과 개인 안녕을 비는 사경이 번성했다. ‘고려사’ 등에 따르면 국가가 전문 사경 기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고려 후기 충렬왕(재위 1274~1308) 시기에는 중국에 사경승 수백 명을 파견할 정도로 고려 사경의 우수성이 널리 인정됐다. 하지만 불교보다 유교를 중시한 조선이 들어서면서 사경이 다소 쇠퇴했고, 일부 왕실 구성원과 사찰이 명맥을 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은 8세기 중반에 제작된 국보 제196호 ‘신라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이다. 남색 종이에 금색, 은색 물감으로 그린 고려시대 작품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도 국보(제235호)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과 인정 여부를 확정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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