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GMㆍ포드에 생산 독려… 영국 롤스로이스도 제작 
 “밸브ㆍ펌프로 구성된 장치들 적절한 공기 공급 역할 동일” 
 
미국 자동차기업 GM의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 공장에서 지난달 29일 노동자들이 인공호흡기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 코코모=로이터 연합뉴스

자동차회사가 ‘인공호흡기’를 만든다?

세계 유명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인공호흡기 생산에 너도나도 뛰어 들고 있다. 항공기 회사도 미사일 제조시설도 이 의료장비를 찍어 내느라 정신이 없다. 21세기 지구촌 역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인공호흡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중증 환자는 급증하는데 ‘마지막 생명줄’은 턱 없이 부족한 터라 제품 작동 원리가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무작정 손을 내밀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31일(현지시간) “극심한 의료장비 부족으로 대부분 선진국에서 인공호흡기 생산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호흡기 대체 생산기지로 자리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긴급 발동한 국방물자생산법(DPA)에 근거해 지난달 27일 제너럴모터스(GM)에 “100일 안에 인공호흡기 5만대를 생산하라”는 명령이 시초였다. 포드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손잡고, 또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뉴욕의 태양광패널 공장에서 각각 호흡기 생산에 착수한 상태다.

프랑스 정부도 푸조ㆍ시트로엥을 제조하는 PSA 등에 내달 중순까지 인공호흡기 1만대를 주문했다. 40억유로(약 5조4,048억원)의 예산도 배정됐다. 영국 정부는 아예 롤스로이스(차), 에어버스(항공기), BAE시스템(군수업체) 등을 망라한 ‘인공호흡기 챌린지 UK’라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호흡기 1만5,000대를 생산하기로 했다.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마저 인공호흡기 제조업체가 됐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생산시설을 호흡기 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DW는 “영국 정부 구상이 실현되면 호흡기 4만1,000대를 보유하게 돼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필요한 3만대를 웃돌 것”이라고 전했다.

각국 정부가 이들 업계에 의료장비 생산을 독려하는 이유는 작동 원리에 있다. 적절한 공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호흡기와 자동차에 적용되는 흡ㆍ배기 시스템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는 3만개 넘는 부품이 집합된 종합기계”라며 “밸브ㆍ펌프로 구성된 흡ㆍ배기 시스템과 공기조절장치 등이 인공호흡기 기본 구조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뜬금없는 시도는 아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기업에 전략물자 생산을 요청한 전례도 있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 대통령은 타자기를 생산하던 IBM에 미군 제식 무기 M1카빈을 제조하도록 했다.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두 제품도 자세히 뜯어 보면 타자기 활자 제작에 쓰이는 철강가공 기술이 총기 생산에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중요한 건 효율성, GM이 만든 인공호흡기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GM이 정부에 생산라인 교체를 주장하며 수억달러의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인공호흡기와 생산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생명을 다루는 호흡기는 자동차보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시험 등 고정밀 기술이 추가로 요구된다. 당연히 제조공정도 복잡해 기존 자동차 제조 방식으론 똑같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학계 입장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미 과학전문지 불틴오브디아토믹사이언티스트는 “인공호흡기 대체 제조가 대량 생산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펌프 등 일부 장치는 비슷할 수 있지만 차 업체가 관련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경우는 드물어 모든 수요를 충족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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