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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제주의 묵직한 바람을 넣었다 … ‘리워크-1’으로 돌아온 장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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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제주의 묵직한 바람을 넣었다 … ‘리워크-1’으로 돌아온 장필순

입력
2020.04.02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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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필순. 최소우주 제공
가수 장필순. 최소우주 제공

“30년 넘게 활동하며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도 있지만 좋은 노래인데도 제가 부족해 잘 알리지 못한 곡들도 있어요. 제가 쓴 노랫말 중에는 잘 전달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 이제부터 차분히 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가수 장필순이 자신이 부른 곡들에 새로운 옷을 입혀 ‘수니 리워크-1(soony re:work-1)’라는 이름의 셀프 리메이크 앨범을 내놨다.

1989년 데뷔곡인 ‘어느새’를 시작으로 5집 ‘장필순 5’에서 3곡, 6집 ‘수니 6’에서 3곡을 골랐다. 가수 겸 작곡가 김민기의 앨범에 참여한 곡, 영화 삽입곡, 옴니버스 음반 수록곡에서 하나씩 더해 모두 10곡이다. 이 가운데 ‘보헤미안’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세 가지 버전으로 녹음했으니 전체 트랙 수는 13곡이다. 2005년 제주로 이주한 장필순은 이번 앨범도 자택의 외딴 방에서 자신의 오랜 음악 동지인 조동익과 함께 녹음했다.

지난달 31일 앨범 발매에 맞춰 자택 인근 카페에서 유튜브로 인사를 건넨 그는 “이전 곡을 새롭게 편곡해 부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는 2,3년 정도 됐다”며 “음원으로 발표했지만 음반에 실리지 않은 곡도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수니 리워크-2’도 곧 나온다.

리워크-1에 실린 10곡 중 6곡이 조동익의 곡이다. 장필순 자작곡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와 ‘흔들리는 대로’도 있다. 적당히 하지 않았다. 선율과 가사만 남기고 모양새를 완전히 바꾼 곡들이 많다. 전체적으로 원곡보다 느리고 적막하며 묵직해졌다. 무거운 현악 연주가 인상적인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경우 여백의 공간감을 극대화해 원곡보다 한층 어둡고 고독한 느낌이다. 작가주의적 고집이 엿보인다.

장필순은 “예전 제 음악이 도회적이었다면 제주로 이주한 뒤엔 자연스럽고 초록 내음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초록 내음이라 어쿠스틱 기타나 피아노 위주 음악을 만드는, 진부한 길을 택하진 않았다. 재해석의 뼈대는 오히려 앰비언트(선율이나 리듬 대신 전자악기를 사용해 음색과 분위기, 공간감을 강조한 일렉트로닉의 하위 장르)와 인디 록의 문법이다. 김현철이 지은 ‘어느새’는 포크 색채를 지우고 인디 록으로 채웠다.

김민기의 1993년 앨범에서 김민기, 한동준과 함께 부른 ‘철망 앞에서’도 다시 불렀다. “예전에는 우리 대통령이 누군지, 한 템포 늦게 알 정도로 정치에 문외한이었다”는 그는 “이 노래는 통일을 염원하지만, 마음의 통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통일을 노래한 곡”이라 말했다.

제주에서 장필순의 별명은 ‘소길리 보호소 소장’이라 한다. 한때 동네 이웃이었던 가수 이효리 등과 함께 ‘프렌들리 핸즈’라는 이름으로 유기견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을 땐 유기견이 11마리까지 됐는데 지금은 8마리와 살아요. 생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제주살이의 단점은 공연을 자주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지금 유튜브로 인터뷰하는 것도 쑥스럽지만,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간 들려드리지 못했던 음악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돌 음악도 계속 사랑 받고 트로트도 다시 인기인데, 다른 색깔의 음악을 하는 친구들도 외면하지 않기를 부탁 드릴게요.”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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