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날, 예년 같았으면 상춘객들을 태우고 방방곡곡을 누볐을 관광버스가 그대로 멈춰서 있다. 어림잡아도 수백 대는 족히 될 듯 많다. 관광버스의 발을 묶은 원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개학 연기로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마저 불가능해지면서 관광버스는 갈 곳을 잃었다.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탄천 주차장은 끝이 안 보였다. 주차된 관광버스 때문이다. 주차장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어림잡아도 500대는 될 정도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는 그의 말도 쉽게 믿겨졌다. 늘어선 관광버스들 틈새에선 오늘도 운행을 못나간 운전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자신의 어려움을 전하고 남의 사연을 들으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기사는 “IMF부터 사스, 사드 파동까지 다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힘들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버스회사는 그나마 대기업 직원 출퇴근을 대행한 덕분에 하루 한두 시간이라도 운행을 하지만 이 곳에 서 있는 버스 대다수는 운행 건수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기사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경우 버스 22대 중 4대만 남겨두고 나머지 18대는 번호판을 구청에 일시 반납했다고 했다. 번호판을 반납하면 관광버스 조합세와 보험금 등 납부가 중단되므로 적자폭이라도 줄여보자는 고육책인 셈이다. 그는 자신이 타던 버스 역시 번호판을 반납한 탓에 이 곳 주차장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기사들은 버스 운행을 못하게 되면서 당연한 듯 임금이 삭감됐고,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나마 회사에 소속된 기사들은 나은 편이다. 지입 차량이나 개인 운영 차량의 경우 도산 등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고 기사들은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는데다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진다 해도 당장 정상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들의 앞날은 더욱 암울하다. 30년 경력의 기사는 “개학을 해도 수업일수 때문에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은 물 건너갈 것이고 생활 패턴도 변해서 관광버스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이 고비를 넘겨 먹고 살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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